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철학하라 / 황광우 /생각정원

동서양 인문고전 통한 철학적 지혜와 통찰 소개

'철학 콘서트'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등을 지은 황광우의 신작 '철학하라'를 읽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라는 말처럼 현실은 끊임없이 이론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시대에 위대한 사상가들의 말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로 철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혼돈과 불안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동서양 인문고전 40선과 함께 깊은 사유가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소개한다. 그는 '내 속의 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지혜를 얻으며, 불확실한 세계를 넘어 세계 밖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가 추천하는 고전은 단지 옛날 책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풍부하고 깊게 그리고 넓게 만드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책이다. 그래서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이 된 옛날 책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의 책이다.

황광우가 추천하는 고전을 보자. 그는 미토스와 로고스를 아우르는 고전으로 일연의 '삼국유사'를 든다. 종교학자 엘리아데에 의하면 신화는 항상 창조와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혹은 행동 양식, 제도, 노동 방식 등이 어떻게 확립되었는가를 말해준다. 결국 신화를 안다는 것은 사물의 기원을 알고, 그럼으로써 사물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현대인이 자신을 역사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고대인은 자신을 어떤 신화적 사건의 결과라고 여겼다. 그 신성한 이야기와 역사의 축을 넘나든 기록이 바로 일연의 '삼국유사'다. 과학과 종교가 공존하듯이 이성과 감성, 로고스와 미토스는 항상 공존해왔다. 일연은 로고스와 미토스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상상력의 세계에서 절묘한 균형감각을 발휘한다. 현실에서 꿈꾸는 상상력, '삼국유사'는 그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사상가이자 해동불교의 시조인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는 불교 문학의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전쟁의 시대인 삼국시대에 태어난 원효는 화엄으로 화합을 주장했다. 원효의 사상은 1300여 년이 넘는 한국 불교의 뿌리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효의 대표적인 사상은 '화쟁 사상'과 '정토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상은 분절되어 있지 않으며, 원효는 통합과 실천을 추구했다.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는 무엇이 다른가? 플라톤의 '국가'에서 철학자들은 40년 동안의 교육을 통해 선택된 인간들로 냉정하고 자신에 넘치며, 전통과 경험, 교양과 투쟁이 합쳐진 지혜로 무장한다. 마침내 그들은 국가의 통치자가 됨으로써 철학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실현된다. 플라톤의 국가는 소수의 통치자 계급을 정상으로 하고 다수의 군대에 의해 보호받으며 일반 평민을 광대한 기반으로 실현된다. 개인의 과도한 부나 빈곤은 사회의 혼란과 혁명의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업과 산업은 통치자의 통제 밑에 놓이고 이자는 금지되며 이익은 제한된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통치자는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한다. 플라톤은 자신의 구상이 이 땅 위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소망을 밝혀두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의의는 보다 좋은 세계를 상상하고 그 일부나마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신채호는 사대주의 사관을 극복하고 민족 주체 의식의 뿌리를 밝히며 민족의 자존심을 확립하기 위해 조선상고사 연구에 집중한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상고사를 재해석해 단군조선으로부터 부여, 고구려에 이르는 역사가 조선상고사의 본류라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조선은 중국과 더불어 대륙의 패권을 다툰 중심적인 민족임을 밝혀낸다. 즉 조선사의 무대를 한반도로 제한하는 것을 반대하고 북만주에서 양쯔강에 이르는 지역까지 넓혔던 것이다.

이외에도 공자의 '논어', 사마천의 '사기', 이황의 '성학십도',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 등 동서양의 고전들이 두루 소개되어 있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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