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치명적 코믹 매력 인기몰이 '개그투나잇' 홍현희

대한민국 상위 1% 남자 사정없이 때리는 여자

치명적인 매력(물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지만)을 통해 '얄미운' 남자는 물론 시청자들을 압도하며 코너를 책임지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공개 코미디가 KBS 2TV '개그콘서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웃음 전도사'다.

"요즘 제가 너무 심하게 때렸나 봐요. '안티'가 생겼거든요. 인터넷에서 비난 글을 보고 좀 위축됐어요. 하지만 얼마전, 택시기사 아저씨가 정치를 비유하면서 '속이 시원하더라. 남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쓰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순하게 보이기 위해 요즘 립스틱도 연하게 발랐는데 더욱더 독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매주 붉은색 드레스로 온몸을 감싸고 빨간 부채를 통해 관객과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 매력으로 홍현희는 SBS TV '강심장'에도 출연했고, '도전 1000곡'과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등에도 나오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다른 동료, 선후배들보다 바빠진 홍현희는 '더 레드'를 함께하고 있는 장유환과 임준빈에게 특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혼자만 출연을 요청받으면 미안하더라고요. 같이하는 코너잖아요. 하지만 제가 힘이 없으니 같이 출연하고 싶다고 말은 못하고, 주로 친구들에게 밥을 많이 사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달래요."(웃음) 그래도 "멤버들이 'SBS 코미디가 주목 못 받고 있는데 너라도 잘됐으면 한다. 나중에는 분명 다같이 잘될 수 있으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얘기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07년 SBS 신인개그맨 선발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홍현희는 공채 9기로 입사했다. 하지만 2009년 개인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무대를 떠났다. 제약회사에 입사해 돈을 벌다가 "더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10년 11월 회사를 뛰쳐나왔다. 다시 무대로 돌아오니 30명이던 동기는 이제 6명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구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 보이는 이 캐릭터는 어머니를 벤치마킹한 거란다. 집에서 "1절만 해, 1절만" "아주 말로는 그냥 다 해요. 다해"라고 말하는 어머니 덕에 매력적인 역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고 좋아했다.

홍현희는 "처음에는 엔터테이너가 꿈이었다"며 "개그우먼 시험을 볼 때, 백보람 씨가 유명했었는데 나도 개그우먼은 일종의 발판으로 이용하자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예전에는 제가 한 번도 못생겼다고 생각 안 해서 못생긴 역할을 맡기면 '왜 내가 이거 하냐?'며 '싫다'고 속눈썹을 몰래 붙이고 그랬어요. 프로의식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절실함 때문인지 변했어요. 요즘엔 제가 먼저 '민낯 한 번 공개할까요?'라고 얘기하고 다녀요."(웃음)

그는 배우와 MC 등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원희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쾌한 진행 능력을 선보이는 명 MC가 목표다. 물론 일단은 지금 맡고 있는 코너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상위 1%에 드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죠?"라고 묻는 그의 말이 씁쓸함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한동안 더 그의 분노에 찬 부채질에 웃을 수 있어서 즐거울 것 같긴 하다.

홍현희는 조만간 진짜 현실에 있는 '잘난' 게스트를 부를 계획이라고 했다. "나와 주신다는 분들이 계세요. '외계인 스펙'으로 유명하신 '엄친아' 김주우 아나운서도 좋아해요. 김 아나운서와는 라디오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제 영어 발음을 듣고 자기에게 '3개월 강의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레드'의 말투로) '잘난 척 하지 마. 영어 교재 파는 거야 뭐야?'라고 때린 적 있어요. 진짜니깐 몰입이 더 잘 되더라고요."(웃음)

그는 "솔직히 '강심장'에 나갔을 때 '엄친아' 이승기도 때리고 싶었는데 인기 때문에 차마 때리지 못하겠더라. 방송 전에 대기실에서 붐을 만났는데 자신을 때려달라고 해서 몇 개 구성해 방송에서 사용했다"는 기억도 전했다.

홍현희가 바라는 게 하나 더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더 레드'를 한 번만 언급해줬으면 좋겠단다. "얼마 전에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하오&차오' 얘기해 줬잖아요? 그것 때문에 그 코너 인기가 높아졌어요. '개그투나잇'은 기사도 한 줄 안 나오는데 '개콘'은 엄청 나오더라고요. 시청률이 높아서 그런가 봐요. 신보라 씨, 제 부채 드릴 테니 옆 사람 한 번만 때려주시지 않겠어요? 아니면 그냥 '빨간 부채, 용기 내봐~요'라고 한 번만 해주세요."(웃음)

현재 '더 레드'에 이은 다른 코너도 구상하고 있다. 개그 무대를 떠났다 돌아온 동기 옥은혜와 음악코너를 생각하고 있다. "'웃찾사'에서 초코보이가 유행시킨 '댓츠 베리 핫'(That's Very Hot)처럼 트렌디한 코너가 될 것"이라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개그투나잇'는 일요일 0시라는 심야시간대임에도 이달 3일 방송에서 7%대 시청률(AGB닐슨 미디어리서치)을 기록하는 등 매회 괜찮은 반응을 받고 있다. 앞서 이창태 SBS CP는 '개그투나잇'을 내놓으며 "시청률 7%를 달성하면 방송 시간을 평일 밤으로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현희는 "SBS 편성팀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개편을 할 때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느냐"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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