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품 넓은 우리 딸

봄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무서움이 많아 평소 놀이기구도 못타고 두려워하는 나를 위해 우리 딸 혜솔이가 "엄마 무섭지"하면서 손을 내밀어 꼬옥 잡아주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우리 딸이 '정말 많이 자라 엄마를 지켜주려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 내내 출근한 엄마를 대신해 자기 수업시간을 쪼개어 1학년 동생 솔찬이를 학교 돌봄교실과 방과 후 수업에 데려가고, 챙겨놓은 점심을 먹이고 식탁 정리까지 해주었다. 또 동생의 스케줄에 맞추어 피아노, 태권도 학원을 보내며 방학에 더 바쁜 일과를 보냈던 혜솔이.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혜솔이가 잠든 방문을 열고 낮에 못한 말을 되뇌곤 했다. 생후 36개월까지 모유를 먹고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던 예민하고 작고 여리기만 했던 딸이 어느새 팝콘처럼 훌쩍 자라 엄마 걱정을 하며 손을 잡아주고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아주고 있었다.

여행 중에는 항상 동생의 위치를 확인하고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이르고 엄마의 멀미까지 걱정해주는 멋진 딸. 여행 동안 혜솔이는 손을 내밀어 나를 잡아주었다. 언제 이렇게 오랜 시간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있을 시간이 있을까 생각하며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바쁜 일상의 손을 놓고 딸아이의 손을 오래 오래 잡았다.

남지민(대구 북구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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