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리해고 빈발 막을 제도적 보완 시급하다

지난해 정리해고된 근로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집계 결과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한 근로자 중 정리해고를 뜻하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 인원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10만 3천274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2만 6천555명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리해고가 8만 명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혹자는 유럽발 재정위기를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유럽의 재정위기가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상당수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사실과 부합해 보인다.

여기에다 정리해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법적 미비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기준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근로기준법 24조)로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다 보니 고용주가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크다. 이는 그만큼 기업이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기업은 한국의 고용시장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리해고가 쉽지 않고 따라서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업의 일방적인 얘기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지려면 해고 근로자가 다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나라에서 정리해고는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한다. 고용 유연성은 미국이나 유럽의 고용시장에서나 통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기업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법적 보완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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