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영선/사마천 지음/ 정조대왕 엮음/ 일빛 펴냄
개혁군주 정조는 불세출의 에디터였다. 규장각을 세우고 여기에 편찬 기능을 둔 뒤 수천 권의 책을 편찬하거나 편찬토록 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책은 규장각 관료와 국왕 측근 신료들에게 분담하여 편찬하게 한 명선서와 정조 자신이 직접 선발의 기준을 마련하고 엮어 편찬한 어정서(御定書)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어정서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책 사기영선이다. 다산 정양용과 초정 박제가에게 교정을 보게 한 후 1797년 편찬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정조가 동양사서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에서 스스로 영선(英選:뛰어난 작품을 가려 뽑다)한 것이다. 정조는 이 사기영선을 신하들에게 탐독을 권하면서 본인 스스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완독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정조의 철학과 세계관, 인간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사기영선인 셈이다.
일체의 평이나 해설을 붙이지 않고 원문에 충실한 편집에서 특정한 학설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바랐던 정조의 평소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친인척과 권신들의 비리와 권력전횡을 경계하고자 한 의도도 숨어있고, '간언과 소통''의로움과 사회통합'에 대한 정조의 정신도 담겨있다.
사농공상의 계급제도가 뚜렷했던 18세기 당시에 천대받던 장사치의 전기인 '화식열전'을 사기영선에 포함시킨 뜻은 '부해지면 덕을 행하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였다. 정조의 뜻과 정신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808쪽, 3만8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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