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 EBS 일요시네마 '간장선생' 11일 오후 2시 30분

1945년, 일본 오카야마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아카기는 주민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던 병을 진단할 때마다 모두 간염이라고 말한다. 그런 진단 때문에 '간장선생'이라고 주민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있지만, 간염의 연구에는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이다. 한편 그의 주변엔 조금 비정상적이지만 그를 돕는 이들이 있다. 매춘 경력이 있는 소노코라는 예쁜 소녀, 모르핀 중독에 빠진 외과의사, 술과 여자를 밝히는 스님,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다는 술집 마담 등이 그들이다. 간장선생은 고배율 현미경을 들여와 간염균의 정체를 밝히려 하지만 사용법을 몰라 진척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네덜란드 병사를 소노코가 숨겨주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현미경의 배율을 조절해 간염균의 정체를 하나씩 밝혀내게 된다. 하지만 밀어닥친 군인들에 의해 또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과연 간장선생과 그의 친구들은 간염을 정복하고 위기의 일본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간염과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은 이미 끝난 전쟁이며, 기억조차 하길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간염은 현대에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러한 것들을 영화의 소재로 선택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승전이나 경제적 부, 간염의 정복 등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간의 나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이다. 전쟁과 간염은 인간의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고 고통을 주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어낸 희망이 그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씨앗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특별초대작품이며 이마무라 쇼헤이가 30년의 시간을 들여서 기획했다. 주인공인 의사 아카기는 실제 의사였던 감독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만든 인물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간장선생 아카기 역은 기타무라 가즈오에서 미쿠니 렌타로를 거쳐 에모토 아키라가 결국 주연 자리를 꿰찼다. 에모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손꼽으며,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하는 만큼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요스케 야마시타의 경쾌한 재즈풍의 음악도 영화에 풍미를 더해준다. 전쟁 당시 자행됐던 생체실험, 전쟁포로, 원폭장면 등을 보면 이 영화를 의학영화이자 전쟁영화로서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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