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오래 사신 분이라면 본 적이 있거나, 들어보았을 법한 '금달래'라고 불렸던 여인이 있었다. 1950년대에 대구의 길거리를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던 가여운 사람인데 정신이 바르지 못했다. 단정하지 못한 행세에 혼자서 중얼거리고 다니는 등의 기이한 행동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면 '금달래 같다'고 했다.
언제부턴지 시내에 나가보면 금달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딘가 다른 곳에 정신이 빼앗긴 채 혼자 중얼거리며 걸어간다. 분명히 일행인 듯한 사람들끼리도 제각기 따로 중얼거리며 걷는다. 길에 웬 금달래가 이렇게 많아졌을까?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에 무엇인가 꽂혀 있다. 휴대전화 이어폰이다. 걷다 보면 보이는 커피숍 유리창 안의 풍경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다. 일행들이 탁자를 마주하고 모여 앉아 있다. 그런데 서로 마주 보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지게 보며 만지작거릴 뿐이다. 뭐 하러 굳이 만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는 배우자가 퇴근해서도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어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홀아비' 등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것을 빗대어 서양에서 쓰는 '코쿠닝'(Cocooning)이란 말이 있다. 누에가 고치를 짓는다는 뜻인데 외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바일 매체를 이용해 자신만의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과 의사의 지적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중독의 3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중독의 3박자란 물리적 접근성, 심리적 접근성, 그리고 내용의 자극성이다. 스마트폰은 휴대가 간편하고(쉬운 물리적 접근성), 사용한다고 주위에서 '나쁜 행동'으로 보지도 않으며(쉬운 심리적 접근성), 항상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높은 자극성)되어 중독성이 크다는 얘기다. 즉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은 중독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이로 인해 다른 건전하고 생산성 있는 일을 못한다는 데 있단다.
어느덧 스마트폰 가입자 2천만 시대가 열렸다. 5천만 인구의 40%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80%가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스마트 라이프 혁명'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이 '인터넷 혁명'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10년은 '스마트 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는 소통이 되고 오히려 가족과는 단절된다면 우리는 행복해진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이와 같은 문명의 산물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갈 것이다. 우리 스스로 문명의 이기가 되어야 할 도구에 오히려 중독이 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다면 과연 우리가 예전의 금달래만 가엽다고 할 수 있을까?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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