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수산물 안전? "정부 발표 못믿겠다"

시민단체 직접 방사능 측정기 구입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시민 성금을 모아 구입한 핵종 분석기(사진 맨 오른쪽). 컴퓨터 모니터에 보이는 그림이 측정 그래프 화면이며 핵종 분석기 사이에 있는 작은 통 두 개가 측정물을 담는 그릇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시민 성금을 모아 구입한 핵종 분석기(사진 맨 오른쪽). 컴퓨터 모니터에 보이는 그림이 측정 그래프 화면이며 핵종 분석기 사이에 있는 작은 통 두 개가 측정물을 담는 그릇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이후 1주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세슘이 잇따라 검출되자 시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고가의 방사성 물질 측정기를 구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검출된 세슘의 양이 미미한 수준이라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일부 일본산 수산물의 국내 유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페이스북과 SNS를 통한 시민 참여로 2천5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최근 세슘과 요오드 등 다양한 방사성 물질의 절대량을 잴 수 있는 핵종분석기를 구입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피폭량만 측정 가능하지만 핵종분석기는 식품과 수산물 등의 방사성 물질 잔류량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 기기가 설치되자 전국에서 일본산 명태포와 멸치 등 수산물은 물론 쌀과 된장에 대한 검사 의뢰가 수십여 건 쇄도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기기를 구입했다는 것은 정부발표가 미덥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며 "정부는 핵 사고국인 일본과 똑같이 방사성 기준치를 설정해 놓고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는데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이달 2일까지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43건으로 나타났다. 고등어와 명태 등 세슘이 나온 수산물 중량은 1천30t에 달한다. 이 중 881.3t은 올해 1월 5일 이후 두 달 새 검출되는 등 최근 들어 세슘 검출이 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역검사본부는 "올해 검출된 세슘은 식품 허용기준치인 ㎏당 370베크렐(Bq)의 0.1~1.7% 수준으로 별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는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축수산물 방사능 검사 현황'을 매주 공개하고 있으나 방사능 검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적합'과 '부적합' 여부만 따지고 있기 때문.

실제 핵종분석기로 측정한 결과, 일부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동국대 의대 교수)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일본산 생태에서 세슘 134와 137이 각각 3.4Bq/㎏과 5.22 Bq/㎏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은 안전하다고만 홍보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빼놓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해 몸속이 오염되면 암 발생률도 높아지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세슘이 검출된 일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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