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 시위로 명예훼손"…5세 돌연사 병원의 적반하장

진료비·손실금 등 4천여만원 비용 청구

생업을 포기한 채
생업을 포기한 채 '예나'를 살려내라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예나 양 아버지와 어머니.

홍예나(5) 양이 수액 링거주사를 맞던 중 돌연사했던 문경 모 종합병원이 오진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예나 양 부모에게 진료비와 영안실 비용은 물론 3천만원의 손실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예나 양 부모의 1인 시위 때문에 '병원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문경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데 이어 최근 이들에게 총 4천295만5천960원의 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 내용증명에는 치료비 16만2천100원, 1월 16일~2월 18일 영안실 사용료 1천279만원, 내용증명 송달료 3천860원, 영안실 손실액(추정) 3천만원으로 돼 있다. 하지만 손실액 3천만원에 대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병원 측은 또 이달 19일까지 이 돈을 내지 않을 경우 법적절차(강제집행) 및 (경찰서) 고소절차를 밟겠으며, 법적절차에 소요된 비용 일체와 완납 시까지 연 5% 지연 지급이자를 추가 징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예나 양의 국과수 부검은 하루 만에 이뤄졌지만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한 달 이상 걸려 부득이하게 영안실에 예나 양의 시신을 보관한 것이었다"며 "이 기간 중 사용료와 치료비는 인정할 수 있지만, 3천만원의 손실비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병원 측은 "예나 양의 빈소가 병원 장례식장에 33일간 마련된 동안 다른 고객을 유치하지 못해 시신 6구 정도가 딴 장례식장으로 갔다"며 "이들을 유치했더라면 음식 등을 주문하지 않은 예나 양 유족보다 관, 수의 등 장례용품과 음식비 등 총 3천만원 정도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손실액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에서는 "의료 과실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유족을 상대로 위로는커녕 이같이 대응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병원으로서 할 태도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병원의 태도를 나무라는 누리꾼들의 댓글과 서명이 12일 오전 현재 1천130명을 넘어섰다.

대구지검 상주지청과 문경경찰서는 해당병원장과 의사를 상대로 의료 과실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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