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티면 보상금?" 2G 억지

'돈줘서라도 4G가겠지' 허황된 소문에 번호유지

'2G 계속 쓰면 돈 된다?'

직장인 정모(54) 씨는 '011'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를 20년째 쓰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스마트폰이 절실할 때도 많지만 2세대(2G) 휴대전화를 고수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2G가 종료되면 상당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현재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데 번호를 010으로 바꾸라거나 스마트폰을 무료로 준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며 "들리는 말로는 1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데 지금 바꾸기는 아깝지 않느냐"고 말했다.

2G 서비스를 유지하면 강제 종료 시 상당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상당수 이용자들이 2G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G 서비스 종료는 빨라도 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다 보상액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T는 2G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일정 보상금을 지불했다. KT가 내놓은 보상안을 살펴보면 KT의 2G 고객이 자사의 3G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특정 단말기 무료 지급과 함께 매월 6천600원씩 총 2년을 할인해주고, 다른 이통사로 옮기면 교통통신비(1만원), 가입비(3만원)를 포함해 총 4만원 외에 2G 핸드폰을 반납하면 3만3천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보상액이 10만원 안팎 수준인 것.

업계에 따르면 2G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보상액 규모가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KT가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할 주파수 부족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한 것과 달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 주파수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2G 종료시점으로 계획하고 있는 2018년 이후에나 강제종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의 경우 2G 가입자가 600만 명이 훌쩍 넘어 가입자가 9만 명 수준이었던 KT와는 달리 보상 과정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2G를 종료할 시점에는 강제 종료하지 않더라도 2G 이용자가 극소수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통신업체들이 이미 2G 휴대폰에는 보조금을 줄이고, 제조업체들도 2G 휴대폰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상당수 2G 이용자들이 허황된 보상금을 기대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2G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이런 상담을 하는 분들에게는 남은 두 이통사는 당분간 2G 종료 계획이 없는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 기회를 활용해 3G나 4G 서비스로 옮기는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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