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바로 보고 살기

인도를 좀 오래 경험한 필자가 인도를 소개할 때마다 언제나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두 문장이 있다. '인도인은 그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이 아는 대로 말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도인은 그 누구도 사기를 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거나 자신의 지혜로 올바로 판단하고 행위를 해야 하며, 그 행위에 따른 책임과 결과는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다. 누가 무슨 정보를 주거나 자신이 잘 판단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이 남발되고 화려한 언어의 유희가 벌어지고 있다.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밀려온다. 하지만 조금만 냉철하게 바라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참과 거짓, 그리고 과장됨이 드러난다. 물론 바라보는 사람의 안목과 지혜가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스님 중에는 말로서도 빚을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인과응보가 무서운 줄 알기 때문이다. 의도를 일으켜 하는 말은 반드시 업보(業報)를 불러온다. 말 그대로 말로서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승려로 살면서 인과의 작용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용하는가를 알게 되고 난 뒤부터 약속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졌다. 다른 사람이 오해할만한 말은 가능하면 아예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고, 가능한 한 정확한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 세상에 갚지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갚아야 하는 것인 자신이 지은 업(業)이다. 업은 행위라는 말로서 업에 대한 결과가 업보이다. 다른 사람이 거짓인지 참인지 분별하지 못한다 하여 함부로 말하고 약속을 남발한다면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도 지혜로워야 한다. 지혜롭지 못하여 남의 말을 무조건 믿어서 벌어진 일은 남의 말을 올바로 분별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란 것을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존재와 사물, 현상을 바로 보는 일은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고, 맹목적인 믿음과 추종(追從)은 자신을 나락(奈落)으로 이끈다. 지혜롭다는 것은 편견이나 왜곡, 욕망에 어두워진 안목을 벗어나 존재와 사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남의 말에 현혹되고 자신의 잘못된 욕망에 의한 선택을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족한 자신의 지혜와 안목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을 후회하며 지내지 않으려면 바로 보고, 바로 살아가야 한다. 인생이 때로는 일착영고(一錯永苦'한 번의 실수로 오래도록 괴롭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연 스님 인오선원 선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