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이 솎아내기, 친박 세대교체" 새누리 공천 키워드는

선수 떠난 친박TK 원로 전멸, 전략 경선 기준도 아리송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당 안팎 인사들과 접촉하던 중 이번 공천의 큰 줄기를 느꼈다고 했다. 친이계는 배제하고 친박계 위주로 인적 쇄신을 하되, 친박계도 소장파로 세대교체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이 의원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친이계 솎아내기+친박계 소장파로의 세대교체'가 이번 새누리당 공천의 핵심 테마라는 이야기는 정치권 안팎에 확산되고 있다.

이재오, 정몽준 등 거물급 비박(非朴) 현역은 남겨두고 그들의 '수족'은 잘라내면서 '친이계 학살'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하지만 '친박계 소장파로의 물갈이' 구도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대구경북권(TK) 공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시나리오 공천' '기획공천설'이 회자됐고, 확인되고 있다.

선수(選數)를 떠나 친박계 TK 원로급들은 모두 낙천했다. 4선의 이해봉(69'대구 달서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해걸(73'군위의성청송'초선) 의원은 같은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에게 공천을 내줘야 했다. 4선의 박종근(75'대구 달서갑) 의원도 4년 전 한 차례 대결을 했던 홍지만 전 SBS 앵커가 공천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반면 유승민(54'대구 동을'재선)'조원진(53'대구 달서병'초선) 의원 등 비교적 젊은 친박계는 공천이 일찍 확정됐다. 달성군을 뺀 11개 대구 지역구 중 중남(배영식) 동갑(주성영) 서구(홍사덕) 달서갑'을이 모두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였는데 비해 경북은 구미갑(김성조) 구미을(김태환) 영주(장윤석) 영천(정희수) 상주(성윤환) 문경예천(이한성) 영양영덕봉화울진(강석호) 등 7곳이 경선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전략공천지역과 경선지역을 나눈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강하게 제기됐다.

공천위 주변에서는 친박계이면서도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의원들은 핵심인사들이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있다며 살려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친박색이 옅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 지역은 경선으로 분류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으로 상징성이 있는 포항에서도 친이계인 이병석 의원을 일찌감치 내정하고, 이상득 의원 지역구에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김형태(60) 선진사회언론포럼 대표를 앉혔다. 전략지역인 경주도 손동진(56) 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을 낙점했는데 그는 친박 조직인 국민희망포럼 중앙이사다.

이런 가운데 대구 수성갑(이한구) 수성을(주호영) 북을(서상기)은 시간을 계속 끌다 '벼랑 끝 발표'로 친박 인사를 공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

67세 동갑으로 친박계인 이 의원(3선)과 서 의원(재선) 중 한 명을 탈락시키고 '친박계 젊은 피'로 수혈한다는 방침이 정해져 있다는 설(說)이다. 대구 전체를 한 선거구로 보고 각 지역구에 공천 신청한 후보들을 퍼즐맞추기식으로 돌려서 승패 전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다.

친박계 소장파로의 세대교체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혈기 왕성한 친박계 충성파를 대거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소장 그룹에서 대선도 치르기 전에 미리 자기 자리부터 차지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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