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자기 주도적 아이

최근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것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부모들과 대학, 심지어 학원가에서도 이 일곱 글자를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를 벌였다. 사실 자기 주도적 학습의 본질적인 의미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하며, 또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배움에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단순한 말에 아이들이 우왕좌왕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 또한 아주 간단하다. 그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 참아가며 하기 싫은 것도 열심히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에서는 자기가 좋아서 주도적으로 한 경험이 없냐며 물어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위해서, 심지어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자기 주도적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육아 역시 자기 주도적이어야 할 부분이다. 부모는, 세상의 수많은 영재들과 내 아이가 똑같을 수는 없고 또 그래야 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줏대 없는 육아는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이다. 나 혼자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나아가 내 가정까지 흔들려 상처입기 쉽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차에 아이를 태운다 한들 정작 아이의 발이 브레이크에만 머물러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이 물을 마시게 하고 아이가 액셀러레이터를 밟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의지와 열정이다. 자기가 그리는 자기 모습을 따라가는 그 뜨거운 발걸음이 아이를 자기 주도적인 학습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에는 힘들다고 말하는 한국 사회일지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것을 포기하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 먼저 아이의 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제대로 알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진정으로 마음이 시키는 일 앞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이를 악물게 된다. 대학과 기업에서 자기 주도적인 사람을 원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망, 스스로 선택한 것을 이루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경험의 산물을 원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어느 분야에서나 잘할 수 있는 만능선수보다, 당장 우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 줄 인재가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는 아름답다. 단순히 스스로 공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과목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일이 우리에게는 학습이고 배움이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것일 것이다.

김 나 운 유아교육전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