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 휴먼시아 11단지 뒤편 공터. 초등학교 신설 예정 부지인 이곳에는 각종 채소가 심겨 있었다. 주민들은 공터를 임의대로 20여㎡씩 나눠 대파, 시금치 등 각종 채소를 키웠다. 텃밭 주변에는 페트병, 가정용 욕조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길 건너편에 깔끔하게 정리된 율하체육공원과 대비됐다.
한 주민은 "아파트에서 공터를 보면 짜증이 난다. 미관을 해치고, 여름에는 악취까지 풍긴다"며 "땅 소유자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동구 율하동 휴먼시아 단지 내 초등학교가 들어설 부지에 주민들이 무단으로 농사를 짓고 각종 생활쓰레기까지 투기돼 주민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 소유자인 한국토지공사(LH)와 초교 개교 책임이 있는 대구시 교육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3일 LH와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휴먼시아 11단지 뒤편 공터는 2006년 대구시가 마련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1만3천여㎡(약 3천900평) 부지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13단지까지 예정된 휴먼시아는 초등학생들이 대거 입주할 것에 대비해 기존 율원초교에다 2곳의 신규 초교를 개교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LH는 대구시교육청이 이 부지를 빨리 사들여 당초 계획대로 개교하기를 바라고 있다. LH 관계자는 "대구시교육청에 매입을 요청했지만 당분간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왔다. 교육청이 매입해 초교를 개교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당초 예상보다 초교 수요가 많지 않고, 기존의 율원초와 올해 개교한 율금초만으로도 수요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애초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때는 학생 수가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휴먼시아 단지 내에 초교가 3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더 이상 개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두 기관이 초교 개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터 개발 움직임이 없자 주민들은 2010년부터 공터에 알음알음 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 하지만 미관과 악취 등으로 주민 간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 김모(45) 씨는 "산책을 나올 때마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개발을 하든지, 관리를 제대로 하든지 공터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LH는 3월 초 농작물 파종을 금지하는 플래카드를 붙이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조만간 펜스를 설치해 더 이상 무단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대구시교육청과 협의를 해서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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