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깃발' 아래 보수세력 재결집

13일 정오, 국회 정치부 기자들에게 정해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이메일이 배달됐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진력하겠다'는 제목을 글에서 그는 "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썼다. 2차 공천 발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정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는 3선 군수와 국회의원 초선이라는 정치 인생을 사실상 마감했다.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무성 의원이 '당 잔류, 백의종군'을 밝히면서 새누리당이 '김무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가 보수결집 양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탈락자들의 '공천 승복 후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새누리당의 분열양상이 숙지고, 국민생각(대표 박세일)으로의 이탈 물결이 잠잠해지고 있는 것이다. 집단 탈당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서울 종로 공천에서 탈락한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은 13일 "적전분열로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청와대 앞마당인 종로를 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만간 종로에 출격한 홍사덕 의원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친이-친박 대표 선수들의 만남에 관심이 쏠린다.

친박계 중진으로 4선인 이경재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갈림길에서 개인의 기득권과 감정에 연연해 더 큰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김학송 의원은 "당의 부담을 덜겠다", 윤영 의원은 "국회의원의 길을 열어주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준 새누리당을 배신할 수 없었다"고 밝히면서 '도미노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 시점에서 '박근혜'밖에 없으니 두말할 필요없이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위원장만한 정치인이 없다"고 치켜세웠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이재오 의원 등도 '김무성 발표' 이후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非朴)계 인사들의 탈당을 적극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친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접은 데 이어 임 전 실장까지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이계 솎아내기와 젊은 친박계로의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못마땅해하는 기류도 있다. 분열을 막고 결집한 '친이계 몫'을 언젠가는 내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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