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고교, 진학지도 틀을 바꿔라] <상> 수시 대세 흐름 수성학군부터 외면

"수능 성적 좋은데 복잡한 수시 왜 해"

201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전형은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고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늘었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된 35개 대학의 수시 모집 전형 요강을 보면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 '쉬운 수능'이 자리 잡아 정시에서 당락을 예측하기가 어려지면서 수시 지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구 고교의 진학 지도가 수시 모집 위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수시 비중 느는데, 여전한 정시 '올인'

"수능 성적이 좋은 재학생이 많은데 굳이 복잡한 수시 모집 전형에 지원하느라 머리를 싸맬 필요가 있습니까. 당분간 정시 모집 위주로 가더라도 경쟁력이 있어요."

2012학년도 정시 모집을 앞둔 지난해 말 수성구 한 고3 담당 교사가 취재기자에게 한 말이다. 대입 수시 모집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구의 상당수 고교는 이처럼 여전히 수능시험 중심의 정시 모집에 목을 매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201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은 올해 전체 모집 인원 37만5천695명의 62.9%인 23만6천 명을 수시 모집으로 선발한다. 2007학년도 수시 모집 비율이 51.5%로 정시 모집 비율을 추월한 이후 해마다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에 79.4%를 수시 모집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대구 고교의 대입 준비는 여전히 정시 모집 위주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는 수성구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 수성구 학생들의 수도권 15개 대학의 수시 합격자 비율은 21.6%로 대구 8개 구'군 중 가장 낮다.

김천, 포항, 안동, 구미, 경주 등 경북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저조한 수치다. 2011학년도에 이어 2012학년도 대구에서 다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수성구 A고 경우 합격자 22명 가운데 수시 모집으로 진학한 경우는 8명에 그쳤다. A고는 전년도에도 수시 모집 합격자가 2명뿐이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선발 인원이 더 많은 수시 모집보다 정시 모집으로 합격하는 인원이 많은 것은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수능시험 성적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구 고교, 특히 수성구 고교들이 전형 서류 등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이유로 수시 모집을 외면하는 것은 넓은 대문을 두고 좁은 뒷문으로 들어가겠다는 격"이라고 혀를 찼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도 "수시가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음에도 정시에서 승부를 건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각 고교는 포트폴리오와 교사 추천서, 학생부를 꼼꼼하게 작성해 학생들이 서류 평가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 전형 변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수도권 대학들은 수능 변별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13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모집 응시 횟수가 6회로 제한되고, 수시 추가 합격자도 정시 모집에 응할 수 없게 되면서 대학들의 수시 모집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 가운데선 한 번만 지원해도 실제로는 복수 지원 효과가 나타나는 '트랙형' 방식으로 전형 방법을 바꾸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가 내놓은 수시통합 전형인 '하나로 전형'이 대표적 사례. 수험생은 한 번만 지원해도 ▷학생부 100%(모집 인원의 5%) ▷논술 80%와 학생부 20%(모집 인원의 25%) ▷학생부 100%와 수능최저학력기준(모집 인원의 20%) ▷논술 70%와 학생부 30%, 수능최저학력기준(모집인원의 50%) 등 4가지 방법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사)교육연구소 지식플러스 김기영 연구실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적을 조합, 뛰어난 학생을 쓸어 가겠다는 게 이 전형 도입 취지"라며 "성균관대 등 나머지 주요 사립대 또한 이 같은 방식의 전형을 추진 중이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전형과 대학, 학과에 대한 진로를 하루빨리 파악한 뒤 수시 모집 대비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하고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수도권 주요 대학이 트랙형으로 수시 모집 체제를 바꿔 가면서 우수 학생들을 솎아내 가다 보면 경북대 수시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사교육비 증가를 이유로 추진한 논술 축소'폐지 바람은 오히려 숙지고 있다. 올해 입시에선 논술등 대학별 고사 비중이 커졌다. 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42개, 모집 정원 1만7천여 명으로 2012학년도 39개 대학, 1만6천200여 명보다 증가했다. 수도권 주요 대학은 대부분 논술고사를 치른다. 교과부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논술전형에 대한 축소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논술 100% 전형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구 한 입시전문가는 "수도권 주요 대학 진학을 노린다면 수능최저학력기준에 맞춰 수능 공부를 하는 것 외에 반드시 논술고사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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