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모집 60% 이상인데… 정시 전략에 갇힌 대구 고교들

대구의 한 고교 3학년 A(18) 군은 이달 초 담임교사와 진학상담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비롯해 수시 모집에 적극 응시할 생각으로 상담신청을 했는데 교사는 정시 모집에 지원할 것을 강권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A군은 "수도권 대학 몇 곳에 수시로 들어가겠다며 전형 소개를 부탁했지만 선생님은 엉뚱한 생각 하지 말고 수능시험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을 듣고 맥이 풀렸다"고 말했다.

대입 수시 모집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쉬운 수능' 기조에 따라 논술 등 대학별고사가 강화되고 있지만 '교육 일번지'라는 대구 수성구 등 일부 고교들이 이런 입시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리즈 3면

수시 모집은 등한시한 채 수능시험 위주의 정시 모집에만 매달리는 진학지도 방식으로는 대입제도의 변화에서 지역 학생들이 낙오할 뿐 아니라 재수생만 양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3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율은 62.9%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아졌고 그만큼 정시의 문(門)은 더욱 좁아졌다.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이곳 회원을 기준으로 2011학년도 수도권 15개 대학의 합격자 가운데 대구 수성구 학생들의 수시 모집 합격자 비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의 수시 모집 합격자는 각각 44.8%, 41.3%, 34.8%, 부산은 해운대구가 39.1%, 동래구 36%, 남구 33.5%로 집계됐다.

하지만 성적 우수 학생이 몰려 있다는 수성구는 수시 모집 합격자 비율이 21.6%에 그쳤다.

본지가 2012학년도 수능을 치른 지역 재수생 463명을 대상으로 한 '대구 고교의 대입 준비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대구가 수시 모집 대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고교가 진학지도에서 정시보다 수시에 비중을 뒀다고 답한 이는 122명(26.3%)에 머물렀고, 교내 논술 프로그램 참가자 276명 중 220명(79.7%)이 교육의 질이 불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경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화하는 입시 제도 흐름을 교사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교사 개인이 의지가 있더라도 학교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진학담당 교사들의 모임이 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대구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로 나누어져 서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관리자들도 수능 공부에만 매달리는 기존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대구의 대입 진학 성적은 계속 추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시교육청도 고교들의 대입 지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대구가 수성구를 중심으로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 수시보다 정시에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각 학교가 수시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변화하는 입시 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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