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검·경 힘겨루기, 국민 눈에는 추태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이 '밀양 사건'을 계기로 아예 상대에 대해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검'경의 이런 힘겨루기는 밀양경찰서의 모 경위가 폐기물 처리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창원지검 소속의 한 검사로부터 수사 축소를 요구받고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검사를 경찰청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다.

이번 고소 사건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린다. 한쪽은 수사 축소 압력과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차에 수사를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해당 검사 소환 방침을 밝히자 12일 한상대 검찰총장 지시로 창원지검이 경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언론 브리핑을 하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이 발생한 밀양이나 피고소 검사의 주소지인 대구에서 수사하라며 경찰청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잡아들이고, 경찰도 문제 있는 검사를 잡아들이면 모두 깨끗해지지 않겠느냐"며 한번 해보자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

일개 검사 고소 사건에 이렇듯 검'경 총수들까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것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누구든 잘못이 있다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하지만 검'경이 자존심 때문에 벌이는 이런 반목은 국민 눈에는 추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증폭될수록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과 이미지 추락 등 모두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검'경은 계속 이렇게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게 아니라 빨리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감정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너나 할 것 없이 위상만 떨어지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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