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년설 히말라야 능선인지 여인의 풍만한 곡선인지…

수성아트피아'동원화랑 공동기획 재미작가 최동열 초대전 25일까지

최동열 작
최동열 작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방 안을 배경으로 그리던 재미작가 최동열(사진)이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그의 작품에 산이 펼쳐진다. 그것도 세계 인류의 영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들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최동열은 지난 한 해 몇 달을 산에서 보냈다. 안나푸르나 산맥, 칸첸중가 트레킹을 하며 화구를 들고 갔다. 해발 4,100m. 기록적인 폭설과 추위에도 그는 붓을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서, 그는 산봉우리에 구애하듯 그렸다. 물감 속에 눈이 섞여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성아트피아(053-668-1566)와 동원화랑(053-423-1300) 공동기획으로 열리는 재미작가 최동열 초대전 '신들의 거주지-안나푸르나&칸첸중가'가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히말라야 고봉에 직접 올라가 그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네팔 히말라야 중부에 웅장하게 솟은 안나푸르나. 만년설이 보이는 산 아래 한 여인이 알몸으로 산을 고즈넉이 바라보고 있다. 산 능선과 여인의 풍만한 곡선이 어딘가 닮아 있다.

작가는 이처럼 산의 풍경만을 그리지 않았다. 누드의 여인이 방 안에서 바깥 산 풍경을 관조하는 구도를 보여준다. 단지 벽과 창에 가로막힌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풍만하고 당당한 여인은 자연과 대등하게 대화한다. 작가는 여인을 통해 특유의 강렬한 원색, 밝은 에너지를 그려 넣었다. 그의 조형적 어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 위에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곳 주민들과 술도 마시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지요. 고산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던 걸 보면 히말라야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작품에선 자연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도 그리고 싶었어요."

산 위에서 그려낸 덕분에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다. 그는 앞으로 히말라야를 소재로 꾸준히 작업할 계획이다.

"올해 에베레스트, K2, 라닥에서 6개월을 보내고 매년 6개월을 히말라야를 걸으며 평생을 보낼 겁니다. 자연이 주는 힘과 트레킹이 어찌나 매력적인지요. 히말라야를 그린 작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자연 속에서 개인의 공간은 얼마만큼인지, 개인이 자연과 함께 가야하는지 또는 통제해야 하는지 등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갈등과 상념을 캔버스에 자유롭게 풀어낸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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