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이 19번째 연출작으로 '웹툰'이라 명명되는 인터넷 만화 '전설의 주먹' 원작을 선택했다. 비단 강 감독뿐만 아니라 최근 영화계에서는 창작 각본이 아닌 원작 소설이나 만화 등을 각색한 작품들이 앞다투어 제작되고 있다. 작년 한 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도가니' '완득이'는 물론 최근 변영주 감독의 '화차' 역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재해석한 경우이다. 필자 역시 간혹 일본 만화 중에 관심이 있는 작품이 있어 출판사에 접촉을 해보면 이미 한국에서 판권을 구매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국내의 원작 영화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향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까?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성공한 원작이 영화의 흥행을 어느 정도 보증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상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매체이지만 이야기 자체의 중요성은 다른 활자 매체와 다를 바가 없다. 일차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덤으로 원작 독자들의 관람 역시 유도할 수 있기에 이 전략은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원작 열풍은 한편으로 영세한 국내 영화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그림자이기도 하다. 영화 한 편에 지급되는 작가료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창작 시나리오 원작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신입사원인 직장인의 1년 연봉 정도 되는 금액이다. 얼핏 생각하면 글을 쓰는 비용으로 적당해 보이지만 매년 1편 이상 영화화되는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길게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2, 3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한 이야기 개발 비용이라 하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비현실적인 창작구조는 제작자가 작가를 착취해서도 아니고 작가가 무능력하거나 경력이 적어서도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할리우드 영화제작비의 5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제작되는 국내 시장의 어려운 제작여건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피한 환경 때문에 많은 작가가 창작을 포기하고 업종을 변경하거나 방송으로 진출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방송과 영화를 병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이야기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두 매체를 관찰해본 시청자나 관객이 있다면 이야기의 메커니즘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작금의 원작 열풍은 시나리오를 개발할 비용이나 인력이 결핍되어가는 영화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라 무조건 환영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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