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와 자동차 한'미 FTA 효과는?'
15일부터 발효된 한'미 FTA가 대구경북 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관세 철폐의 큰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섬유와 자동차가 지역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어 한'미 FTA 활용도에 따라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은 미국 직수출이 가능해져 완성차 업체와 단순 하청 구도의 틀 변화가 예상된다"며 "섬유는 대미 수출 비중이 낮고 업체 대다수가 영세해 FTA 수혜를 누리기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섬유 수출 증대 위해서는 지원센터 필요
한'미 FTA 발효로 섬유업계는 평균 13.1%(최대 32%)의 관세가 폐지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협회는 이번 한'미 FTA 발효로 15년간 연평균 4천80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섬유업계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한'미 FTA에서 관세 혜택을 받는 섬유품목은 1천598개(의류포함)로 이 중 지역의 주력인 직물과 원사 품목은 300여 개에 이른다. 지역 내 1천200여 개의 섬유업체 중 상당수가 화섬과 직물, 원사 위주로 미국에 수출할 경우 관세 혜택이 크다. 하지만 규모가 큰 업체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미국 수출 길을 열 준비가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섬유업체들 중 현재 미국 수출 기업은 전체의 10% 정도인 100여 개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중국과 중동 등 타지역에서 봉제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돼 관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이 복잡한 원산지 증명에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기보다 FTA 발효에 따른 반사적인 변화를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지어 중국에 공장을 둔 지역 업체는 한'미 FTA에 맞춰 국내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다 최근 중국과의 FTA 추진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국내 이전과 미국 직수출 준비에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한'중 FTA 발효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고려에서다.
섬유업계에서는 영세 업체를 도울 수 있는 통합 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부품과 달리 원사와 직물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분류를 돕고 지원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원호 본부장은 "지역의 영세 섬유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업체의 제조 시설을 파악해 기반 시설 정보를 구축, 원산지 증명과 관세 혜택의 발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부품은 유통 구조 변화
자동차 부품 업계는 유통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 신설과 이에 따르는 하청업체로의 부수적인 주문 증가 등으로 국내 완성차와의 '하청 구조'에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우선 4년 뒤인 2016년에야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완성차 업계보다 발효 즉시 2.5~4%에 달하는 관세가 사라지는 부품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부품 업체들의 입장에선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수출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아웃소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FTA를 계기로 한국 부품 소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FTA 추가 협상 타결 직후 KOTRA가 미국 자동차 부품 바이어 100개 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한국산 부품의 구매를 늘리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에서부터 1, 2차 밴드 업체까지 하청구조를 이뤄온 자동차 부품의 경우 1차 밴드를 거칠 필요 없이 하청 업체들이 직접적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상공회의소 FTA 활용지원센터 관계자는 "1, 2차 밴드 업체의 수요가 증가하면 그 밑의 하청업체들도 덩달아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자동차 부품 업계의 유통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성차 회사와 부품회사 관계의 속성상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무조건 거래선을 바꾸기 쉽지 않아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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