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돌연사 병원 이번엔 네티즌 무더기 고소

"의료과실 판명 안났는데 실명 올려 명예훼손"

홍예나(5) 양이 수액 링거주사를 맞다 돌연사한 문경 모 종합병원이 '33일간의 영안실 사용료와 진료비 1천200여만원 외에 3천만원의 손실금을 더 내놓으라'는 내용증명을 발송(본지 2일자 8면, 5일자 6면, 12일자 6면 보도)한 데 이어 병원의 태도를 나무라는 네티즌들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혐의로 14일 문경경찰서에 무더기 고소했다.

병원 측이 고발한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 게시자와 다음 카페,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병원 관계자가 밝힌 고소 이유는 "아직 수사기관의 의료과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는데 의료사고로 단정짓는 듯한 글을 올렸고, 병원 실명을 거론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것이다.

예나 양의 사연이 올라 있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만 15일 오전 현재 누리꾼들의 서명과 댓글이 1천50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의료과실 논쟁보다는 유족에 대한 병원 측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이 병원을 비방하는 댓글을 단 네티즌도 고소하려 했으나 만류를 했다"고 했다.

병원이 이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자 예나 양의 부모는 "이름 모르는 네티즌들이 우리에게 성원과 용기를 주다가 처벌을 받게 되는 건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5살짜리 외동딸을 잃은 부모 마음을 헤아린다면 가진 사람들이 좀 더 양보하는 것이 맞는데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들이다.

병원 측이 지난 2월 말 예나 양 부모의 1인 시위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문경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은 경찰이 '명예훼손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한편 대구지검 상주지청과 문경경찰서는 장염이었다는 병원 측의 주장과 달리 심근염이었다는 국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과실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