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의학에서 본 스트레스

인체의 정상적 기혈 흐름 바꿔 정신적·육체적 질병 불러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스트레스는 외적요인(소음'한정된 공간'대인관계'업무 마감시간'직업상실'출산'가까운 사람과 사별 혹은 이별 등)과 내적요인(체질'과로'카페인'완벽주의'비관적 생각'비현실적 기대와 욕망 등)에 의해 개인이 감당할 능력이 약화되거나 결핍되었을 때 정신적'신체적 기능장애나 질병으로 나타나게 된다.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질병을 일으키는 사(邪) 또는 사기(邪氣)라고 설명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병을 칠정상(七情傷)이라 하여 기쁨(喜)'분노(怒)'근심(憂)'생각(思)'슬픔(悲)'두려움(恐)'놀람(驚) 등의 감정이 질병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왔다. 즉 스트레스로 인해 인체 기혈의 흐름이 변화되어 오장육부의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다.

▷희즉기완, 희상심(喜卽氣緩, 喜傷心)=즐거우면 기혈의 순환이 좋아져 신체에 막힌 것이 없어지므로 마음 또한 너그러워진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뻐하면 기운이 늘어져 피로가 생기고 힘이 빠지며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노즉기상, 노상간(怒卽氣上, 怒傷肝)=목적한 것을 이루지 못하면 긴장이 심해져 노여움이 나타난다. 이런 분노로 기혈이 위로 올라가게 돼 현기증, 두통, 불면, 안구건조와 충혈을 일으키며 심하면 고혈압, 뇌출혈도 생길 수 있다.

▷우즉기색, 우상폐(憂卽氣塞, 憂傷肺)=우울한 기분이 들면 기가 울체되고 생동감이 떨어진다.심흉부가 폐색됨으로써 불안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울증으로 피곤하고 표정도 어두워진다.

▷사즉기결, 사상비(思卽氣結, 思傷脾)=정신을 집중시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기운이 뭉치고 맺힌다. 또 생각하느라 기혈이 머리에만 몰려 소화기 쪽에 기혈순환이 잘 안 되어서 소화장애가 생기고 영양흡수와 배변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비즉기소, 비상폐(悲卽氣消, 悲傷肺)=희망과 목적을 잃고 슬퍼하면 기운이 소모된다. 심장과 폐에 기운이 소모되어 만성피로가 생긴다. 감상적으로 변해 소극적인 성격이 된다.

▷공즉기하, 공상신(恐卽氣下, 恐傷腎)=공포에 떨면 기운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생식기와 내분비 계통을 상하며, 심하면 심장에도 문제가 생긴다.

▷경즉기란, 경상신(驚卽氣亂, 驚傷腎)=뜻밖의 상황으로 크게 놀라면 기운의 순행 질서가 무너진다. 의지할 곳을 잃고 산란해져 올바른 판단이나 생각을 못하게 된다.

◆스트레스와 사상체질

사상의학은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의 4체질로 분류하고 체질별로 성격적'감정적 특성을 나타낸다고 본다.

▷태음인=움직이지 않고 고요하며 쌓아두는 성격이다. 따라서 몸의 기운이 외부로 잘 발산되지 않아 고혈압이나 중풍 같은 질환엔 노출되기 쉽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기운을 발산시키고 움츠린 기운을 잘 순환시켜 줘야 한다.

▷소음인=나가지 않고 머물면서 이성적인 사람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편이다. 소화기 장애, 불면, 두통 등이 자주 나타난다.

▷태양인=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며 자존심이 세고 진취적이다. 자기 주장이 강해 뜻을 굽히지 않아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소양인=외향적이어서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은 크게 받지 않는다.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갑작스런 몸의 이상을 보이거나 실수를 할 위험이 있다.

◆한의학적 치료법

한의학적 치료법은 '동의보감'을 보면 '치심은 도로써 한다'(以道治心)고 돼 있다. 이정변기법(移精變氣法)이나 오행(五行)의 상생상극(相生相克) 이론을 이용한 정신치료를 한다. '여씨춘추'를 보면 제나라 민왕(閔王)이 생각이 많아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낫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문지(文摯)라는 명의가 민왕을 크게 화나게 만들었더니 구토를 한 뒤 소화불량이 나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노승사(怒勝思'분노는 생각을 이긴다)의 치료법을 이용한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 매우 심하다면 귀비탕(歸脾湯), 온담탕(溫膽湯), 조위승청탕(調胃升淸湯), 소간해울탕(疏肝解鬱湯)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좋은 약차=향부자차를 먹으면 좋다. 이 차는 예부터 통경(通經), 정혈(精血), 신경안정, 체력강화, 만성 위기능 쇠약, 신경성 소화불량, 식욕 감퇴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약재는 조경제(調經劑)로 활용할 때는 하루 저녁쯤 쌀뜨물에 담갔다가 말려서 볶아 쓰는 것이 좋다. 건위제로 활용할 때는 그냥 볶아서 쓰면 된다. 가정에서는 향부자 6g을 2컵 분량의 물에 넣고 1시간 남짓 달여 1컵이 되게 만든다. 하루 3회 복용하면 된다.

흑두감초차는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나는 증상이 있을 때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된다. 검정콩 10g과 감초 10g을 잘 씻어 물 300㎖에 넣고 보리차 끓이듯 끓여 자주 마신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도움말'노희목 태백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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