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 향기로운 술을 빚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누룩(麴)이다. 그럼 누룩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다루어야 좋은 술을 빚어내는가?
누룩이란 소맥, 호맥을 분쇄하여 물로 반죽을 한 후 공기 중의 곰팡이를 자연번식시켜 각종 효소를 생성'분비하는 국(麴)의 일종이다. 야생효모를 지니고 있으므로 주모의 모체역할을 겸한 일종의 발효제다.
누룩의 효모는 중온균, 호온균에 속하므로 보통 발육의 최적조건은 25~30℃이다. 좋은 누룩은 단면이 황회색 혹은 회백색으로 균사가 충분히 파고들어 간 것이 좋다. 잘 발효된 누룩은 깨서 펼쳐 낮에는 말리고 밤에는 이슬을 맞히고 또 낮에는 펼쳐 말리기를 사흘 정도 반복해 누룩의 곰팡이 냄새를 제거한 뒤 술의 모체로 사용해야 향이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다. 이것을 누룩의 '법제'라 한다.
깨끗이 법제된 누룩 속에는 누룩균, 즉 효모(yeast)가 잘 번식하여 있다. 이 효모는 곡류와 같은 전분질을 분해해 당분으로 전환시켜주는데 이를 당화과정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효소이다. 효소는 미생물이나 곡류의 씨앗이 발아할 때 생성되는데 주로 맥아(엿기름)에서 볼 수 있으며, 사람의 침 속에서도 분비되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것인데 이를 당화효소제(amylase)라 한다. 양조의 개념은 전분이 당화효소제에 의해 1차적으로 당화된다. 2차적으로 이렇게 분해된 당분이 효모(미생물)의 작용으로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들며 술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누룩의 원료는 밀이다. 하지만 밀의 생산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밀과 보리를 혼합하여 만들기도 하고 옥수수, 귀리, 호밀, 녹두 등을 섞기도 한다. 누룩은 일반적으로 소맥을 분쇄하여 원판형으로 만들어 미생물을 번식시켜 건조시킨 것인데 밀의 분쇄도에 따라 분곡과 조곡으로 나눈다. 분곡은 밀을 빻은 가루로 만들고 주로 약주용으로 사용하며, 조곡은 거칠게 부순 밀로 주로 탁주, 소주용으로 쓰인다. 만든 시기에 따라 춘곡(1~3월), 하곡(4~6월), 절곡(8~10월), 동곡(11~12월)로 구별되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주는 술을 빚는 방법과 거르는 방법에 따라 분류된다. 빚는 방법에 따라 일반주(단양주)와 이양주(二釀酒)가 있고, 거르는 방법에 따라 탁주, 청주, 약주, 증류주로 나눈다. 탁주(8~12도)는 술을 빚어서 익은 뒤에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거른 술을 말한다. 빛깔은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로 맑지 않고 탁하다고 해서 탁주라고 한다. 집집마다 담가 마시는 술이라고 하여 농주(農酒)라고 부른다. 탁주는 '삼국사기''삼국유사'에 좋은 술을 뜻하는 미온(美溫), 지주(旨酒'맛있는 술) 등의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삼국시대에 탁주가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청주(18~20도)는 발효 숙성이 끝난 술독에 용수를 박고 떠낸 맑은 술을 말한다. 청주를 약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면 금주령이 내려 술을 빚지 못하게 하였지만 환자를 위한 약용 목적 핑계로 속여서 술을 빚어 마신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환자가 약재를 넣은 청주를 마시는 것은 허용되었기 때문에 특권층들이 청주를 약으로 쓰는 술, 약주로 속인 것. 또 하나의 설화는 서성(徐省)의 집이 약현(藥峴)에 있었는데 그의 호가 약봉(藥峰)이었다. 그의 집에서 질 좋은 청주를 빚었다는 소문에 이 술을 '약주'라고 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약주는 원래 약효가 인정되는 종류의 술, 또는 처음부터 약재를 넣고 빚은 술을 뜻한다. 우리의 약주는 맑은 술을 뜻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게 되었고, 술의 높임말로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소주(40~45도)는 증류주로 곡류와 국과 물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덧을 증류하여 얻은 것으로 소주, 화주, 백주라고도 한다. 소주(燒酒)라고 표기하며 세 번 고아서 증류한 술이라는 뜻에서 유래된다. 일반 양조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오래두게 되면 식초가 되거나 부패하게 되지만 이런 결점을 없애기 위해 고안된 것이 증류식 소주이다.
한국의 반상에서 약주가 따르는 것은 소화효소제가 많이 들어 있는 술 한잔으로 식후의 소화와 혈액순환의 원활한 작용을 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술은 전분질의 당화에서 생성된 단맛에다 향기로운 누룩의 향, 좋은 약재들과 기능성이 첨가된 술로 그 조화가 훌륭하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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