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화차' 로 돌아온 이선균

감미롭던 남자의 절망 그래서…더 깊고 깊다

감미로웠다. 버럭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드라마 '파스타'에서의 목소리와 외향은 배우 이선균(37)을 로맨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파스타' 이후 영화 '쩨쩨한 로맨스'와 '옥희의 영화' '체포왕' 등의 작품을 했지만 '버럭 셰프'의 이미지는 팬들에게 각인됐다. 각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해 녹아났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자신을 변신시킨 듯하다. 8일 개봉한 '화차' 때문이다. '화차'는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변영주 감독이 변주시킨 작품.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 선영(김민희)과 그의 행방을 쫓는 약혼자 문호(이선균), 문호의 사촌형인 전직 형사 종근(조성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균은 자신을 지독한 사랑에 빠뜨린 여자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혼돈에 빠진 남자를 세심하게 연기했다. 허탈과 절망의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접지 않는다.

이선균은 "약혼녀를 잃어버린 감정을 연기하고 싶어서"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원작에서 남자 주인공이 맡은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문호는 영화에서는 중요한 인물이다. 변 감독은 이 남자에게 약혼녀를 너무도 사랑했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실어주려고 했다. 이 때문에 이선균은 다른 인물들과 조화를 이뤄 원작을 넘는 재미와 충격을 준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중에 책을 읽었는데 그때 제 역할이 연약하고 우유부단하기도 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남자가 추구한 목적은 처음부터 여자를 찾는 것이었으니까 일단은 감정적인 선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 또 그렇게 접근했어요."

그는 "영화를 본 분들이 책보다는 덜 허무할 것 같다"고 강조하며 "영화에는 선영과 문호의 멜로 코드가 가미된 부분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책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운의 느낌은 닮은 것 같다"고 웃는다.

관객들은 이선균보다 김민희의 재발견에 대한 찬사를 쏟아낸다. 서운하지 않을까. 그는 "촬영을 할 때 모니터링하면서 충분히 예상했다"며 개의치 않았다. "너무 힘든 역할인데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며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민희의 팬이 됐다"고 좋아했다.

이선균과 김민희의 인연은 10년 전, 영화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됐다. 김민희의 남자친구로 나온 이선균은 "모델 출신 민희는 20대 초반이었고, 나는 신인 배우일 때였다"고 회상했다. "얘기할 기회는 없었어요. 보고 '귀엽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큰 배우가 돼 있구나. 앞으로 더 기대되는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화차'는 섬세한 편이다. 이선균, 조성하, 김민희는 알차게 많은 것을 쏟아낸다. 특히 감독의 꼼꼼한 성격 때문인지 갑자기 사라진 이 여성의 비밀을 찾아가는 스토리의 구성은 오밀조밀하다. 이선균은 그러나 "변 감독은 그리 꼼꼼하지 않다"고 웃었다.

이선균은 2007년부터 한 해 두 작품씩을 하며 쉴 새 없이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언제나 연기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전 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사랑을 받았죠. 또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더라고요. '체포왕'은 제가 해온 장르에서 조금 차이가 있어요. 어떻게 내 연기를 확장시킬까 고민한 작품이죠. '화차'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는 "최선을 다해서 아쉬움이 없다. 용산역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감정 신을 처리할 때 해가 일찍 떨어지고 퇴근시간이라 촬영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았다"며 영화를 향한 애정을 표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새 멤버 몇 명을 영입해 프로그램을 이어간다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이선균이었다. '절친 특집' 편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웃음과 재미를 충분히 줬기 때문이다.

특히 '순둥이' 엄태웅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작진이 그의 예능 감각을 탐내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선균은 "엄태웅이 이번 기회에 같이 하자고 꼬드기긴 했는데 '내가 왜 해! 안 해'라고 했다"며 웃었다. "물론 '1박2일'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이 좀 더 편해진 것 같긴 해요. 정말 여행을 다녀온 것 같거든요. 제작진과 함께한 멤버들에게도 너무 고맙죠."

그가 열정적으로 족구경기에 임한 모습을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이선균은 "복불복이 정말 싫었다"며 "날이 너무 추워서 야외취침은 정말 하기 싫어서 8년 만에 족구를 한 건데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편해진 것 같긴 하지만 발 벗고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다. 배우로서 작품들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게 더 좋다. 민규동 감독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에는 홍상수 감독과 작업하고, 4월에는 드라마로 복귀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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