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어떤 나무가 어울릴까? 나무심기 철을 맞아 나무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어떤 의미로는 앙증맞은 나무 한 그루가 집안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역할을 한다. 주변에는 뜻밖에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경수 한 그루에 사랑이 꽃핀다
▷실속파는 유실수=잎'줄기뿐 아니라 열매까지 즐기려는 실속파라면 유실수가 좋다. 과수의 경우 신품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과 묘목은 언제나 가장 인기 있는 수종이다. 올해는 신품종 매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파트 등 도심에서도 키울 수 있는 헤이즐넛(개량 개암나무)도 인기다. 열매의 겉모습은 밤과 비슷하다. 특유의 향기가 있어 서양에서는 제과'제빵 재료로도 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블루베리나 크랜베리가 적당하다. 블루베리는 한 아름 크기의 화분이면 충분하다. 크랜베리는 벽걸이 화분에 심어 걸면 아래로 늘어져 멋스러운 데다 빛깔 고운 열매가 인테리어 효과까지 내준다.
▷절개의 상징 상록수=전통적인 소나무나 향나무, 주목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수종에 관심 있다면, 공해에 강해 도심 속 정원수로 에메랄드 그린'골드가 제격이다. 녹색과 황금빛 잎사귀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아름답게 자라기 때문에 가지치기의 부담도 적다. 나무에 가까이 가거나 잎을 떼서 문지르면 기분 좋은 숲 속 향이 난다. 마당이 있는 집은 황금 반송이 좋다. 오동통한 귀여운 모습에다 황금색 잎이라 인기가 많다. 키가 작고 관리가 쉬운 선 주목, 눈 주목도 인기나무다.
▷꽃이 아름다운 관상수=경관이 아름다운 관상수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때죽나무와 팥배나무, 마가목, 노각나무가 손꼽힌다. 특히 노각나무는 흰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여름에 피는 동백이란 뜻으로 '하(夏)동백'이라고도 불린다. 전국의 명산에서 볼 수 있는 목련과의 함박꽃나무는 북한의 국화로 이름이 났다. 5월에 희고 큰 꽃이 핀다. 진한 꽃향기를 원하면 왜성 라일락인 미스김 라일락이 좋다. 꽃봉오리가 맺힐 때는 진보라 색을 띠다가 꽃이 활짝 피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 신비로워 '라일락계의 여왕'으로 불린다.
##(주)강산에 대표 류태진 씨
성주군 초전면에 사는 류태진(56)'호준(29) 씨 부자가 나무 사랑에 흠뻑 취해있다. 류 씨 부자는 30여 년 전부터 고향인 초전면 주변의 산과 들판, 밭에다 조경수를 심고 기르고 있다. 산림 공무원 출신인 그의 나무사랑은 천성이다. 류태진 대표가 나무에 애착을 두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이 넘는다. 대구에서 공무원을 하면서도 주말과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고향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지금은 초전면 용성리 주변 33만㎡에 자신이 심은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을 돌보기 위해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강산에 라는 조경업체를 차렸다. 류 대표는 매년 이맘때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종일 1t 트럭을 타고 산과 들판을 누빈다. 고향 주민은 이런 류 대표를 '나무 박사'로 부른다. 아버지의 '유별난 나무 사랑'을 보며 자란 호준 씨도 경북대 원예과에 진학, '나무사랑'의 대를 잇고 있다. "친구들은 회사에 취업하지만, 저는 오래 참고 기다려야 하는 나무와 친구가 되기로 했다"고 밝힌다. 호준 씨는 우리나라 조경수 분야를 더 공부해 보다 전문화시켜 보겠다는 생각이다. 류 대표는 "낙동강변의 자전거도로 가로수 조성에다 본격적인 식목철을 맞아 다양한 수종을 요구하는 주문이 쇄도해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한다.
1t 트럭을 함께 타고 류 씨 부자가 돌보고 있는 초전면 용성리 일대 산과 들판, 밭 등 30여 곳을 동행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배롱나무 등 조경수와 유실수 50여 종이 주인을 맞는다. 요즘은 그동안 키워 온 나무를 시집보내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인근 밭에 다양한 수종의 묘목 씨를 뿌리는 일도 잊지 않는다. 최근엔 성주읍 중심가인 경산리에 3천여㎡ 규모의 '나무 전시장'을 마련했다. 산속을 둘러보고 수종을 선택하는 대신 이곳에서 다양한 조경수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류 대표는 "나무는 자식과 같다. 평생 나무와 함께한 삶을 후회해 본 적 없다"고 말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