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는 '대통령 수업' 충분히 한 사람…직접 나서 돕기는 처음\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정책 입안을 도우면서 건강보험을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11, 12, 14,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정책 입안을 도우면서 건강보험을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11, 12, 14,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종인 위원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멘토'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정강정책 분야를 맡아 '경제 민주화'를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박 위원장에게 당의 전면에 나서서 4'11 총선을 진두지휘해서 제1당을 만들지 않으면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가 어려워진다며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건의를 한 후 실제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선관위 D-DOS공격 사건 등으로 무너지게 되면서 박 위원장 체제로 당이 재편되자 '러브콜'을 받고 자연스럽게 비대위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이와 관련, "2년 전부터 누구보다 박 위원장의 지지도가 앞서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던 사람"이라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도와주려고 생각했다가 어쩔 수 없이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노출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될 충분한 수업을 한 사람이라면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 위원과 박 위원장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박 위원장이 독일 초청 방문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 위원을 찾아와서 독일 사정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그때 김 위원은 박 위원장에게 "(다른 당 소속이기는 했지만)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이니까 메르켈 총리가 물리학박사로서 1990년에 처음으로 국회에 들어가 15년 만에 총리가 된 이력을 설명하면서 잘 벤치마킹해 볼 것을 소개했고 박 위원장이 경청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 수시로 박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이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으로 공직 생활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인연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는 대권수업을 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청춘콘서트를 뒷받침해 준 멘토이기도 했고 잠재적 대권주자의 한 사람인 정운찬 전 총리와도 아주 가깝다. 그런 그가 "여러 사람의 요청을 받고 조언을 해 준 적은 있어도 스스로 돕는 첫 번째 케이스가 박 위원장"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몰입해 있다.

-당초 바꾸려고 했던 것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는가.

"비대위가 출범한 지 석 달째 들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최근에 와서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을 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본다.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정책과 사람과 브랜드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대위 없이 과거 상태로 총선을 치른다면 일본 자민당이 몰락할 때의 상황을 한나라당이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박 위원장이 대통령 후보가 돼서 다음 정권을 맡아야 한다는 각오를 하는 사람으로서 오래전부터 접촉해왔기 때문에 비대위 만들었다고 연락하면서 (제가) 얘기한 대로 상황이 전개됐다며 도와달라고 하는데 뱉은 말이 있어서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비대위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외부 사람에게 당의 쇄신을 맡겼을 때는 그 나름의 각오가 돼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한나라당이 쇄신해서 4'11 총선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들어왔다.

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아서 정책쇄신 부분을 맡았는데 앞으로 한나라당이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를 가장 염두에 두고서 정강정책을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요인들을 과연 제대로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정책쇄신과 더불어 비대위는 공천 룰도 정하면서 1월 내내 바빴다. 그것 외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집을 수리하는데 목수를 고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그 역할을 해달라는 것 아니냐. 집을 고치려면 기둥도 빼내고 벽도 헐고 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와 같은 일은 전혀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비대위 활동은 이제 그 활동이 종료됐다고 생각한다."

-비대위 활동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하간에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나이스'하게 뭔가 이뤄지지 않은 것만큼은 솔직히 이야기해서 틀림없다."

-총선대책위원회를 출범해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는가.

"누차 박 위원장에게 이제는 선대위를 구성해서 총선 체제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건 박 위원장이 어느 시기가 적절한지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다. 선대위에서도 내가 상징적으로 뭔가 맡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생각할까 봐 그냥 있는 것이다. (내가)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비대위에는 쇄신파 의원들이 몇 분 있지만 정치를 안 해 본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총선에 대한 개념을 뚜렷하게 떠올리기가 힘들 것이다. 선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비대위원장과 당직자들하고 과거 박 위원장을 보필하던 사람(친박계)들이 모여 만들면 된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어떻게 보는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정치수준이나 정당의 고질적인 생리로 봤을 때 획기적인 인적쇄신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 공천에 대해서는 지난 이야기라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정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느냐. 지금 우리는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거기에 (이 의원이) 장애적인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새누리당의 강한 지지기반이다.

"대구에 강의를 하러 최근에 몇 번 가 봤다. 대구 사람들 한테 국회의원 더 시킬 사람은 몇사람 안된다고 들었다.출마만 하면 당선되는 곳이니까 어떻게 모습을 바꿔줄 것인가에 대해 공직후보자추천위 뿐만 아니라 당도 냉정하게 생각해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그게 어느정도 반영되겠지.

대구와 광주는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구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사람을 찾아서 공천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총선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나는 그렇게 본다. 야권연대가 최종적으로 됐는데 저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야권연대가 돼버렸고 야권이 정권심판론으로 나오면 간단한 싸움은 아니다. 그 점에 대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전략이 용이주도하게 짜여지지 않으면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잘하면 1당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상황이 호전돼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120석 이상만 따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가능하지 않겠나 한다. 대통령하고의 관계설정이 제대로 안 되면 정권심판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게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박 위원장은 자기가 재집권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선거전략이 단순전략으로 갈 수는 없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지금 시대의 리더십으로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곤 한다.

"지금보다는 많이 변해야 한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괜히 박 위원장 앞에서 쫄아서 말을 못하는 것이다. 접근이 안 된다는 말은 맞지 않다. 다만 지도자가 될 사람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해야 되는데 박 위원장이 사람을 제대로 보는지 안 보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이 없다.

박 위원장 주변인사인 친박계 인재풀의 한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누가 친박인지 잘 알지 못한다. 17대 국회 재경위에 같이 있어서 아는 최경환, 이혜훈, 이한구 의원은 그때 본 사람이고 서병수 의원도 학교(서강대) 제자니까 알고 그런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에 야권단일화, 안철수 바람 이 세 가지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교수의 최근 행보를 보면 총선 무렵에 자기 나름대로 정치적 제스처를 보여줄 것이라는 감이 온다. 큰 변수는 아니지만 역할을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자세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정치라는 것은 수신(修身)해서 최대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지도자로서의 그런 모습이 없다. 정운찬 전 총리는 20여 년 가깝게 지냈다. 총리에 갈 때도 조언하고 그런 관계다. 지금도 만나면 '그때 좀 참고 견뎠으면 지금쯤 금값이 됐을 텐데…' 하는 농담을 하곤 한다."

-야권의 잠룡 중에서는 누가 상대가 될 것으로 보는가.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 외의 초이스가 없다.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총선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공격을 하고 덤비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이야기를 하는데 총선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김두관 경남지사도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의 한 사람이다. 결국 김 지사로 보는 것이 비교적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문재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이덴티파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리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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