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탈법 선거운동 꼼짝마. 선거판의 '암행어사'가 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이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출마 후보자 간 사활을 건 대결이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후보 간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선거전략이란 미명 아래 상호비방'흑색선전이 횡행하는가 하면 불'탈법 선거로 선거판이 얼룩지고 있다. 게임의 룰(선거법)을 지켜내야 할 심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지난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구시선관위 소속 '선거부정감시단'의 활약이 눈부시다. 퇴직 공무원이나 전업주부, 학생 등 시민들로 구성된 이들은 선거운동 현장을 누비며 때로는 선거판의 암행어사로, 때로는 선거홍보 도우미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거판 암행어사
이들은 지난달 한 선거사무소에서 자원봉사자가 예비후보자에게 활동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것을 잡아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예비후보자가 소속된 단체의 사전선거운동 등을 인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시선관위가 밝힌 선거법 위반 단속 상황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선거부정감시단에 의해 적발된 위법 행위는 6건으로 전체 단속 건수 31건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법 위반 단속이 주로 상대후보'선거운동원이나 주민들의 고소'고발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대구 중구 선거부정감시단원으로 활동중인 이현숙(46)'김진형(36)'박숙현(47) 씨 등은 전업주부이자 감시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아(30) 씨와 오춘식(48) 씨 등은 각각 고시생과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선거판의 암행어사로 변신했다. 지난 2월부터 불법 감시 현장에 뛰어든 이들은 지금까지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현장을 따라다니며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해 오고 있다. 성별과 직업, 나이는 달라도 자칫 불법'혼탁 선거로 흐를 수 있는 선거판을 청정지역으로 이끌고 있는 셈이다.
공식적인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후보가 포착되면 야간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복잡한 선거법의 숙지는 필수. 예비후보들이 선거법과 관련된 문의를 할 경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잘못된 선거법을 알려줬다가는 불'탈법 선거를 조장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선거법이 복잡해져 일과 후에도 밤늦게까지 선거법 공부에 매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2007년부터 선거부정감시단원으로 활동해왔다는 박숙현 씨는 "선거법이 많이 완화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범위가 넓어졌고 시민의식 역시 크게 나아졌지만 일부 후보들은 여전히 선거법을 교묘히 위반하는 사례가 여전하다"고 했다. 특히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SNS) 등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법 위반 사례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휴대폰 문자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되면서 일부 후보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보내거나 일부 후보들은 아예 선거사무소 외의 별도의 장소에 인터넷 선거운동팀을 만들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후보자의 면면은 물론 선거법 등을 머릿속에 담아둔 덕분에 불법 선거운동을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사소한 위반 사항도 적발하다 보니 후보자 측은 물론 때로는 시민들과도 갈등을 빚기도 한다. 김정숙(50) 씨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식음료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간혹 개소식에 참가한 주민들이 식음료를 사들고 나가다 말싸움을 벌일 때도 있다"고 전했다.
◆상냥한 선거 도우미
불법을 저지르는 후보나 선거운동원에게는 '저승사자'이지만 유권자들이나 가족들에게는 상냥한 '선거 홍보 도우미'로 변신한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잇따라 전국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투표율이 낮아 거리 홍보는 물론 가정에서까지 투표 참여' 홍보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춘식 씨는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벌이는 틈틈이 투표 참여 전단지를 돌리는가 하면 노인정이나 복지관 등을 찾아 투표 요령에 대해 홍보하고 있고, 김민아 씨도 가끔 선관위 공식 마스코트인 '공명이' 탈을 쓰고 거리로 나선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분위기 조성과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고 24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이들의 역할도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감시단 활동을 해 보니 한 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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