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4월에 시작되는 일본에서 3월은 졸업 시즌이나, 한국의 3월은 입학'진학 시즌이다. 내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도 봄, 정확히는 2005년 2월 말이었다. 계명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3월 신학기에 맞춰 한국에 온 것이다. 처음으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깊었다. 봄은 내게 한국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외국'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초등학생 시절이었으나, 당시 우리 세대에게 외국은 미국을 의미했다. 그러나 역사 만화 읽기를 좋아한 어린 시절의 나는 '백제' '가야' '신라' '고구려'라는 나라가 고대 한반도에 있었고 그곳의 사람들이 고대 일본에 건너와 다양한 문물을 전한 것을 알고 이들 국가에 대해 로망을 느끼고 있었다. 백제, 가야는 고대 일본과 관계가 깊다. 특히 나라가 멸망한 후 일본에 망명한 왕자가 만화에 등장했기 때문에 백제에 대해서는 매우 친근감을 가졌었다. 반면에 신라는 백제와 대립했으며, 백제의 멸망을 결정지은 백촌강(금강 하구로 추정) 전투에 일본이 백제에 원군을 보냈다는 점에서 신라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느꼈었다. 그러나 신라의 미녀가 등장하는 만화를 읽고 신라를 동경한 기억도 있다. 고구려는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먼 나라라는 인상이었다. 지금도 이상하게도 백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애착과 왠지 모를 향수를 느낀다. 드라마 '서동요'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실제 한국은 오랫동안 나에게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지금처럼 한국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폐가 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의 생활은 한국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자이니찌'(在日)라 불리는 한국 또는 북한(일본에서는 '북조선'이라고 한다) 국적자들의 존재가 있다. 그들의 경우 지금 본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이전에는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다고 해도 모를 때가 있었다. 나는 자이니찌의 존재를 초등학생 시절에 알았다. 어느 날, 아직 역사 수업을 받기 전의 저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어제 조선 학교 학생들과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이좋게 지내세요" "다이와(大和) 초등학교(필자가 다닌 초등학교)라는 이름도 조선 학교 학생들과 사이좋게 지내자는 의미로 붙여진 것입니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조선 학교(북한 조총련 계통의 학교)의 존재를 알았다. 이 사건을 통해서 어린 나는 한반도의 국가와 내가 살고 있는 국가가 뭔가 어려운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때 클럽 활동으로 친해진 동급생 중에 김씨 성을 가진 여자 아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자이니찌였든가 아니면 일 때문에 부모가 일본에 온 아이였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다른 친구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그녀와 한국을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이처럼 나에게 한국은 먼 존재였다. 내가 처음으로 눈 앞의 '한국 사람'을 의식한 것은 대학생 시절 한국에서 온 유학생을 만나고부터였다.
그 후 나와 한국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1999년 러시아에 유학했을 때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들은 한국 유학생이었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이후로 나는 한국과 일본은 정신 구조가 가장 비슷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제3국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과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아무 설명이 없어도 통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한류 열풍'은 나와 한국의 거리를 급속히 가깝게 만들었다. 한류 분위기 속에서 나는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던 한국행을 쉽게 실현할 수 있었다. 나는 비교적 늦게 한류 열풍에 젖었던 것이다. 나는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아니라 이영애의 '대장금'을 보고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졌다. 다음 칼럼에서는 한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미야자키 치호/일본 학술진흥회 특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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