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구가 너무 좋아서 야구장으로 신혼여행"

골프 입문 5개월 만에 세미 프로 수준, 술 대결 지기 싫어 위스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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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 까발립니다'. 40년 동안 대구 야구 발전을 위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손재호 씨가 기자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대답하고 있다.

1990년 10월 21일은 삼성 라이온즈-MBC 청룡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펼쳐진 날이자 손재호·손정화(SJH 영어 이니셜도 같다) 씨의 결혼식이 열였던 날이다. 손 씨 부부는 대구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곧장 서울 잠실야구장으로 떠났다. 이유는 야구 한국시리즈를 보기 위한 것. 신랑이 깃대를 꼽으니 신부는 어쩔 수 없이 따라줬다. 대구에서 삼성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신혼여행을 온 이 부부의 응원에도 결과는 MBC 청룡의 승리. 2차전이 열린 다음날 '너 임마! 너무한다'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내키지 않다는 듯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제주도 신혼여행도 마음이 콩밭(한국시리즈)에 있는 신랑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결국 제주에서 이틀만 쉬고 다시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는 대구시민야구장으로 향했다. 3차전이 열리기 전날 '대구로 빨리 가자'며 노래를 부르는 신랑의 고집에 신부는 못이긴 척 따라나섰다. 신랑의 지나친 응원에 삼성이 부담을 느낀 것일까? 그해 삼성은 MBC 청룡에 한국시리즈 4대 0 완패를 당했다. "야구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당시부터 내조의 여왕이 된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한다면 하는 소신주의자(달리 표현하면 고집불통)인 손재호 씨는 집중력과 의지력이 남다른 사람이다. 1998년에는 야구에 이어 첫 입문한 골프를 잘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5개월 10일 만에 4오버파인 76타를 기록했다. 싱글이자 세미 프로 수준이 된 것. 당시 그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골프연습장에서 스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손바닥 피부 표피가 떨어져 장갑과 붙으면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래도 자신이 만족할만한 골프 실력과 신체의 고통을 기꺼이 맞바꿨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죠. 제가 무엇가를 하려 했을 때, 미치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이런 성격 탓에 제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때는 술 대결에서 지기 싫어 위스키 500㎖를 원샷한 적도 있습니다. 거의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뭘 하면 절대 대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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