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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책] 향가는 삶 그 자체…노래 부르며 시대를 읽다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이형대 글/신주식 그림/보림 펴냄

대구경북 정신의 원류는 신라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노래는 민요, 창가, 시조, 판소리, 잡가, 창, 가요 등을 아우르고 시, 시조, 가사와 같은 운문을 가르킨다. 원래 노래의 어원은 '놀다'(遊)라는 동사의 어간 '놀'에 명사화된 접미사 '애'가 붙어서 '놀애' 즉 노래가 된 것이다. 놀이처럼 노래는 늘 우리와 함께해 왔다. 그렇다면 신라의 정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은 신라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의 노래 향가(鄕歌)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 말 식으로 표기한 향찰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시이기도 하다. '향'은 '우리나라' 또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옛날 신라사람들이 중국의 시가(詩歌)와 구분하여 자신의 노래를 향가로 부른 것은 자주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현재 향가는 '삼국유사'에 14편, '균여전'에 11수가 전해지는데, 다른 시가 장르와 달리 노래를 짓게 된 경위를 밝힌 기록과 배경 설화가 함께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배경 사건이나 줄거리 위주로 향가가 소개되어 왔다. 하지만 고전 시가 연구자인 저자는 신라시대와 신라인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배경 설화의 의미를 꼼꼼히 짚어보고, 향가 한 편 한 편을 시 작품으로서 섬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향가에 대한 온전한 이해뿐만 아니라 신라인과 그 시대와 역사에 대한 이해까지 깊어진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급부상(?)한 미실은 전장으로 떠나는 연인 사다함을 위해 향가를 불렀다.

'바람이 분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빨리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니/ 아흐! 님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려뇨.'

그러나 사다함이 전장에서 돌아왔을 때, 미실은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사다함은 이를 슬퍼하며 '청조가'를 지었다고 한다. (진위 논란 중인 '화랑세기' 필사본 내용)

이처럼 향가를 통해 그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세계관을 좀 더 자세히 엿볼 수 있다. 향가는 특히 내세를 지향하면서 부른 불교적 노래에서부터 시대와 역사의 변화를 담은 개인 삶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삶의 모습과 정서를 담고 있다.

신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화랑도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퇴락의 길에 접어든 늙은 화랑을 바라보며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슬프게 노래하는 '모죽지랑가'에서는 삼국통일 이후 역할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화랑들과 신라사회의 변화가 숨어있다. 죽지는 부원수로서 김유신과 함께 삼국을 통일하고 진덕'태종'문무'신문왕 4대에 걸쳐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232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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