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족들은 속칭 '뽀대'(멋있다, 폼난다는 뜻)를 좋아한다. 평범하고 밋밋한 차보다는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차량을 선호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돈과 시간을 자신의 애마인 차량에 쏟아붓는다. 튜닝족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차에 왜 돈을 그렇게 쳐바르는지 모르겠다' '그럴 돈 있으면 다른 좋은 곳에 투자하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이는 진정한 튜닝의 장점에 대해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다.
차에 대해 조금 알고, 꾸미는 것에 대해 감각 있는 이들은 튜닝카에 대해 제대로 된 칭찬을 해 준다. '차 실내가 정말 예쁘고 안락하네요' '차를 사랑할 줄 아는 세심한 남자인가 봐요' '외제차보다 훨씬 더 멋지네요' 등.
실제 튜닝족들은 감각 있는 실속파들이 많았다. 돈이 많아서 차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요모조모 다 따져보고, 꼭 필요하면서 차의 개성과 세련미를 더할 수 있는 튜닝을 하나씩 하나씩 더해갔다. 대체로는 1∼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필요한 것들을 구비하며, 중고차 시장에 팔 때는 튜닝 비용을 거의 뽑아낸다. 튜닝족도 초'중'고급 정도로 나눠서 볼 수 있다. 튜닝 마니아라고 했을 때는 중'고급 이상의 튜닝족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지역에서 나름 튜닝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들을 만나서 튜닝족의 세계를 엿봤다.
#1. 스타렉스의 변신, 주창훈
1년에 걸쳐 스타렉스의 완벽 변신에 성공한 주창훈(44'자영업) 씨는 뒤늦게 자동차 튜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스타렉스 튜닝 동호회 회원이기도 하다. 매월 한두 차례 만나서 정보교환도 하고 함께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한다. 누군가 좋은 튜닝제품을 장착하고 나오면 이내 상세한 정보 파악에 들어간다.
주 씨는 "여름 휴가철에는 안락한 캠핑카로 변신을 한다"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때 튜닝한 이 차의 안락함과 각종 편리한 기능은 차를 탄 모든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고 좋아했다. 이어 그는 "술 마시고 노는 데 쓰는 돈 조금씩만 아껴도 1년 정도면 어느 정도 튜닝을 할 수 있다"며 "튜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취미생활로 여기면서 작은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면 튜닝족의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 씨는 튜닝의 단점도 덧붙여 설명했다. 사고가 났을 때는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안타까움이 있다는 것. 애써서 튜닝을 완성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차 바퀴 하나 때문에 4개를 다 바꿔야 하는 등의 상황도 발생한다. 또 튜닝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보험회사에도 옵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2. 그랜저 TG의 변신, 이명용
이명용(31'자동차 튜닝 전문업체) 씨는 대구에서 유명한 최상급자 수준의 튜닝 실력을 갖춘 전문가다. 본인의 차인 그랜저 TG는 외제차보다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차로 완전 변신에 성공했다. 이 씨는 일반적인 튜닝족들과 달리 휠(자동차 바퀴)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그래서 본인의 차에도 휠에만 1천만원의 돈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리고 차체를 낮춰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면서 코너를 돌 때도 차체의 쏠림을 방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일본 차량 내외부 익스테리어 업체인 '정션(Junction) 튜닝'을 완성했습니다. 여자 친구도 이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너무 고급스럽게 내외장이 잘 조화된 튜닝에 감탄합니다. VIP 세단을 지향하는 고급 아이템 튜닝으로 보면 됩니다. 최첨단 스마트키 시스템(알리바바)도 제 차의 자랑입니다.″
이 씨는 최소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의 튜닝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조언도 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색깔을 바꾸거나 입히는 것으로 차를 확 달라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금도장도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50만 원 내외). 무광택 크롬 도금 등은 완전 다른 차량으로 변신하게 만듭니다."
#3. 트라제의 무한 변신, 윤주영
튜닝 경력 7년의 윤주영(34'회사원) 씨는 취미 삼아 시작한 튜닝이 지금은 도를 넘었다고 스스로 얘기했다. 하지만 자기 만족이 더 크고, 다른 것을 사지 못한 기회비용은 충분히 감수하고 있다. 그는 '정말 예쁘네요'라고 말하는 지인들의 얘기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 튜닝 비용뿐 아니라 관리 비용도 많이 들지만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특히 멀리 갈 때 느끼는 이 차의 편안함, 아늑함, 편리함 등은 튜닝 비용을 충분히 감내하게 해줍니다. 제 방 다음으로 편안한 곳이 이 차 안입니다. 모든 기능도 다 갖추고 있어 장시간 운전해도 오히려 즐겁기만 합니다."
윤 씨의 차는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일곱 가지 무지갯빛 색깔의 키티 인형이 보조석 앞에 나란히 장식돼 있으며, 차량 뒤 트렁크에는 대형 우퍼와 함께 서랍장'수납장이 배치돼 있다. 그리고 리무진 시트에다 천장에는 용무늬 장식으로 마치 고급음식점에 온 것처럼 안락함을 준다.
그는 "튜닝 비용에 대해 따로 보험은 들지 않고 있다"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누군가 차량에 기스를 내거나 일부러 훼손하는 경우인데 이럴 때는 원상복구하는 데 큰 애로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의 튜닝족 3인의 튜닝 제품 및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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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족 3인(총비용) 튜닝 제품(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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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디오 앰프 및 우퍼(250만원), 내비게이션 매립 및 후방카메라 장착(65만원),
'스타렉스' 주창훈 블랙박스(35만원), 리무진 시트 및 천장 방음(140만원), 리무진 에어댐(50만원),
(730만원) 알로이 휠(50만원), 켈란 열차단 썬팅(40만원), 기타 장식(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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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드레스업'맵핑 작업(400만원), 차 바퀴 휠 AME 샬렌 XS-20(250만×4=1천만원),
'그랜저 TG'이명용 범퍼 및 에어댐(200만원), 흡배기 및 머플러(16 원), 쇼바 빌스테인(230만원),
(2천265만원) 정션 튜닝(120만원), 스마트키 알리바바 시스템(55만원), 기타 장식(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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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및 블랙박스(85만원), 리무진 시트(150만원), 범퍼 및 에어댐(80만원),
'트라제' 윤주영 스마트키 시스템 및 경보기(60만원), 오디오 앰프 및 DVD 시스템(500만원),
(1천75만원) 실내 소화기 및 키티 인형 등 내부 장식(100만원), 수납장'서랍장'청소함(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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