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케이드 지원해줘도 싫다?…전통시장 활성화 뒷걸음질

20억 사업비 확보하고도 상인 부담 2억여원 못 모아 갈등 겪다 자체무산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인 아케이드 설치가 시장 상인들 사이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도 상인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사업 허가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을 정해 전통시장 아케이드 설치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국비를 포함해 74억원을 들여 방촌시장, 대동시장, 팔달신시장 등 5곳의 전통시장에 아케이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공세에 잔뜩 위축된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방촌시장과 대동시장은 상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상적인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 19억8천만 원이 투입되는 방촌시장의 경우 일부 건물주와 상인 대표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건물주들이 아케이드 사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곳 상인 신모(65) 씨는 "아케이드를 설치하면 햇볕이 차단되고 공기도 좋지 않아져 손님들이 줄어들 공산이 크고, 주변에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경기가 더욱 침체돼 아케이드를 설치해도 시장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1차 아케이드 사업이 진행 중인 달서구 상인동의 대동시장도 올해 계획된 2차 아케이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건물 소유주들이 자체 부담해야 하는 2억원의 자부담 비용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상인들은 이달 말까지 자부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현재 4천만~5천만 원가량만 모은 상태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일부 건물 소유주들이 자부담 금액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계획보다 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이 확정되고 사업비까지 배정됐는데도 추진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업 허가 요건과 사업 추진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 허가를 받는 데는 시장 내 상인들의 80% 동의만 받으면 되지만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상인 100%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정작 허가를 받아 놓았으나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2009년 대구 달서시장의 경우 사업비 27억원을 배정받았지만 일부 건물주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2년 동안 상인들 간 갈등을 겪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한두 명의 상인만 반대해도 추진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에 이런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빈번하자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상인들이 모두 동의해야 사업 허가를 내 주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 때문에 내년에 아케이드 사업을 계획했던 달서구 상인동 상원시장은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애초 2월 제출 예정이던 사업 신청을 포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사업 허가 요건이 강화되면서 내년부터는 아케이드 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전통시장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역 내 106개 전통시장 중 현재까지 27개 전통시장에 아케이드 설치 사업을 완료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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