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만함 넘어선 '몰상식 공천'…새누리당, 대구 공천 18일로

"누구든 당선" 유권자 무시…'친박 밀어넣기' 강행 분석

또 미뤘다. 새누리당은 16일 하루 종일 12개 선거구 중 6곳이 남아 있는 대구지역 공천을 강도높게 심사했지만 한 곳도 결정하지 못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대구 공천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한 배경설명도 없이 18일 오전 발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투표일이 2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후보자를 절반이나 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행태에 유권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구 사람들을 너무 얕보는 처사다. 한 번 큰 코를 다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온다.

이날 새누리당 공천위에서는 대구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친박계 핵심의 기류와 '무리한 친박심기를 위한 친이계 배제시도'를 비판하는 지역여론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대로 공천이 확정된 유승민, 조원진 의원 외에 1, 2명의 현역의원만 추가 공천하고 나머지는 '친박성향' 신진인사로 채워 넣겠다는 시나리오를 강행하겠다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막판까지 끌고 가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밀어붙인다는 '벼랑끝 전술' 이야기도 나왔다. 18일이나 19일쯤 남은 지역 공천자를 일괄 발표할 때 함께 대구의 공천 결과를 발표해 여론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공천위가 이처럼 대구지역 공천을 둘러싸고 진통을 거듭하면서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구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비판론이 거세지고 역풍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지역분위기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구 공천과 관련,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공천위가)밤샘을 해서라도 결론을 내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상식선에서 처리하면 어렵지도 않은 일을 왜 이렇게 미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공천위와 비상대책위원회가 하는 일에 대해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떠들기도 그렇고 나중에 공천받은 사람을 두고 잘못됐다고 비난하기도 그렇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천위가 특별한 이유없이 대구 공천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대구에서의 현역의원 교체에 대해 "너무 해도 안 되고 너무 안 해도 안 되지만 무엇보다 새로 채워넣은 사람은 현역의원보다 더 낫거나 자격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이 대구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많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16일 "새누리당의 공천 내용을 보니 아주 (친이명박계를) 핀셋으로 콕콕 집어내고 (친박근혜계를) 핀셋으로 또 집어넣는 듯하다"며 새누리당의 공천을 친이계의 솎아내기와 친박계 심기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대통령의 리더십과 공공성' 특강에 나서 "당초 공천위 구성을 봤을 때 2007년 경선의 경험 때문인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본선 걱정은 안 하고 당내 경선을 걱정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후 진행되는 공천 내용을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게 틀리지 않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공천위가 경주의 손동진 후보 공천을 취소키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으면서도 미루는 것은 친박계 후보를 다시 내세워야 한다는 친박계 내부의 입장에 따라 친박계 후보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수성 의원 재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컷오프룰'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여론조사 경선이 치러진 구미갑에서는 3선의 김성조 의원이 정치 신인인 심학봉 후보에게 패했지만 구미을에서는 재선의 김태환 의원이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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