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비만

살이 키되는 건 거짓말…뚱뚱한 아이 크면 10㎝ 작다

어린이 비만은 오히려 키 성장을 막고 당뇨와 동맥경화 등 성인형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어린이 비만은 오히려 키 성장을 막고 당뇨와 동맥경화 등 성인형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질병으로 분류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최근 18년간 비만아 증가 양상에 따르면 초등학교 남학생은 6.4배, 여학생은 4.7배, 중'고교 남학생이 3.0배, 여학생이 2.4배 증가했다.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고학년보다 저학년이 더 높은 비만 증가세를 보였다. 표준체중보다 50% 이상 체중이 더 많은 고도비만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오히려 키 성장을 방해하는 비만

"한참 자랄 때인데 다이어트하면 오히려 키가 크지 않을까요?" "다른 아이들은 키가 크기 시작하면 살이 쏙 빠지던데…." "오히려 살집이 넉넉해야 키가 잘 크지 않을까요?" 부모들이 소아비만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들이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무조건 굶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키가 안 클까 봐 걱정한다. 최근 다이어트는 세 끼를 꼬박 먹으면서 정시에 정량을 먹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해야 키도 잘 큰다. 10~12살 무렵까지 비만아는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이후엔 오히려 키 성장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비만아들은 평균 10㎝가량 키가 작다.

특히 여자 아이는 더욱 그렇다. 지나친 체지방이 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든다. 또 뼈 성장에 필수적인 갖가지 미네랄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비만아들은 대체로 이런 영양소가 든 음식을 꺼린다.

충분히 먹더라도 비만이나 나쁜 식습관 탓에 사라지거나 배출된다. 예를 들어 탄산음료에 있는 인산은 칼슘 섭취를 방해한다. 지나치게 섭취한 동물성 단백질은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칼슘이 뼈로 잘 흡수되려면 비타민 D가 필수적인데, 버섯처럼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비만아들은 싫어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

"아이가 살이 좀 찐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체중이 늘면 비록 나이가 어려도 성인병인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증, 지방간 등에 노출될 위험이 표준체중 아이보다 월등히 높아진다.

아울러 성인이 돼도 비만일 확률이 60~80%로 매우 높아진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아청소년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지방세포 증식형),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경우(지방세포 비대형),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커지는 경우(혼합형)가 있다.

소아청소년은 성장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비만에 걸리면 지방세포 증식형과 혼합형이 대부분이다. 또 한 번 늘어난 지방세포 수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체중 감량에 성공해도 늘어난 지방세포의 수는 줄지 않고 남게 된다.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다시 지방이 쌓이고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결국 평생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인 비만과 닮은 소아청소년 비만

성인 동맥경화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어릴 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혈관 내부에 기름이 낀 동맥경화의 증상은 완전히 정상으로 된다. 하지만 30, 40대의 굳어진 동맥경화는 아무리 치료해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비만아는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과식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피로가 생겨 성인형 당뇨가 올 수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합병증 중에서 가장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이 지방간이다. 전신 피로감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단지 지방간으로 그치지 않고 지방성 간염, 지방성 섬유화, 지방성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또 비만은 소아청소년에서 고혈압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 밖에 정신'사회적 문제로 고독과 우울감, 불만족감 등의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건강증진의원장 한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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