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의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다.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환자들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합병증 발생도 계속 증가세다. 특히 최근 들어 당뇨망막병증은 20세 이상 성인의 시력을 손상시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됐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은 9.7%이며, 당뇨에 걸린 지 5년 이하 환자의 29%, 15년 이상 환자의 78%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2006년 16만 명에서 2010년 21만8천 명으로 35.9%나 급증했다.
◆시력만으로는 예상할 수 없어
망막은 눈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경조직이다. 사진기의 필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구 안쪽에 붙어 있다. 빛은 각막, 동공, 수정체, 유리체를 지나 망막에 상이 맺히고, 이는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망막 중에서도 중심 부위를 황반이라 하며, 황반은 시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는 기능 중 90%를 담당하는 황반이 노화'유전적 원인'독성'염증 등으로 기능이 떨어져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이 '황반변성'이다. 또 시신경이나 신경섬유층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 '녹내장'이다.
이에 비해 '당뇨망막병증'은 망막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혈당이 높아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당뇨병은 온몸에 흩어져 있는 혈관에 장애를 가져온다.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망막의 가는 혈관이 약해지기 때문에 혈관에서 혈장액이 빠져나가 부종(체액이 차여서 부어오르는 것)이 생기거나 지방 성분이 망막에 쌓일 수도 있다.
또 점처럼 생긴 출혈이 망막에 생기고,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신생혈관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출혈이 쉽게 발생하고, 이로 인해 상처가 발생하면서 주위 망막을 잡아당기면 망막이 떨어져나오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황반부(망막의 중심에 있으며, 시세포 대부분이 밀집돼 시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까지 침범하면 급격한 시력 저하가 온다. 시력만으로는 당뇨망막병증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 상당히 진행돼도 황반부에 장애가 없으면 시력이 좋게 나타나고, 가벼운 초기 망막병증이라도 황반부에 생기면 갑작스레 시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상당히 진행돼도 증상 없을 수도
경북에 사는 홍무현(가명'56) 씨는 6년 전쯤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다가 당뇨 진단을 받았다. 당뇨 조절도 잘 되고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었다. 안과를 찾아 검진도 받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질환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던 중 최근 우연히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다가 난데없이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인데다 황반부까지 진행이 되지 않아 시력에는 이상이 없었다. 홍 씨는 이후 꾸준히 병원을 찾아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고 있다.
혈관 내에 있는 성분들이 밖으로 새어나와 망막이 두꺼워지는 '황반부종'이 생기면 시력 저하를 일으킨다. 또 새로 생긴 비정상 미세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유리체출혈'이라고 하는데, 출혈량이 적으면 검은 점이나 비문증(눈앞에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출혈량이 많으면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게 된다.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고혈압 치료가 잘 안 됐을 때, 임신'사춘기'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홍 씨처럼 당뇨 조절이 잘 돼도 생길 수 있고,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아무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진단을 하려면 산동제(검은자인 동공을 약물로 확대시켜 눈 안쪽까지 살피도록 하는 약물)를 넣어 동공을 키운 뒤 '안저검사'를 한다. 망막에 미세혈관류, 정맥확장, 망막출혈, 망막경색, 황반부종, 신생혈관, 초자체출혈(안구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초자체(유리체) 내부의 출혈) 등의 특징이 있으면 당뇨망막병증이다. 필요에 따라 팔에 주사를 맞으면서 망막의 혈관상태를 파악하는 형광안저 혈관조영이나 망막의 단층촬영(OCT), 안구 초음파검사 등을 할 수도 있다.
◆당뇨 있다면 안과 검진은 필수
당뇨병 초기에 혈당조절이 잘 되면 망막병증 발생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망막병증이 생기면 진행을 막기 어렵고, 다만 철저한 혈당조절로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 이 때문에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혈당, 혈압, 고지혈증 등의 치료도 함께해야 한다. 미세혈류개선제, 항혈소판제, 항산화제 등의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레이저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레이저치료는 황반부종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황반 두께를 줄이고, 새어나온 체액을 흡수해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행한다. 심한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주변 망막의 파괴를 막고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을 없애기 위해 레이저치료의 일종인 '범망막 광응고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로는 유리체 절제술이 있다. ▷유리체 출혈이 흡수되지 않는 경우 ▷레이저치료 후에도 계속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 ▷황반부종이 레이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망막이 떨어져 나온 경우 ▷유리체 혼탁이 심한 경우에 할 수 있다.
최근엔 유리체강내 주사도 한다. 유리체에 직접 항체주사를 하는 것.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을 만들어내는 세포성장인자를 억제하는 물질을 주사하는 것으로 시력저하의 주원인인 황반부종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시동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적절한 혈당조절, 철저한 혈압 및 지질 조절을 통해 예방할 수 있고 병의 진행도 늦출 수 있다"며 "조기 발견 시 시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안과적 검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시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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