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전자, 정녕 한국 대표 기업 맞는가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했다가 역대 최고 액수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은 우리 재벌의 기업 윤리가 얼마나 땅에 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출고 가격 부풀리기로 부과받은 과징금 이외에 조사 방해로 추가 과징금 23억 8천만 원에다 과태료 4억 원 등 모두 27억 8천만 원을 추가로 물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과 과태료는 모두 1천706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고위 임원들의 지휘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삼성전자가 조사 방해에 가담한 직원들을 칭찬했는가 하면 '비상상황 대응 관련 지침'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당국의 조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의 윤리 수준이다.

삼성의 조사 방해는 이번뿐이 아니다. 2005년과 2008년에도 조사 방해로 각각 과태료 5천만 원과 4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 같은 기업 윤리의 타락은 삼성 그룹에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지난 1998년 이후 공정위가 주요 조사 방해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한 15건 중 5건이 삼성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한마디로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 사이에서 '반재벌' 정서가 날로 팽배해지고 있는 것은 이런 오만함에도 큰 원인이 있다. 이를 그대로 두고서 동반성장이나 공정사회는 헛구호다. 당국은 과태료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게 아니라 조사 방해에 가담한 임직원에 형사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가격 부풀리기로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공정위의 조사까지 방해하는 기업이 한국 대표 기업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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