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이상을 끌면서 돌고 돌았지만 대구 공천은 '도루묵'이었다.
지난달 말 첫 공천 발표를 시작해 이달 5일 공천을 확정지은 유승민(동을) 조원진(달서병) 의원에 이어 2주일여 만인 18일 이한구(수성갑)'주호영(수성을)'서상기(북을) 의원 3명이 공천 확정됐다. 대구에서는 58.3%의 현역을 교체했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도(度)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게 세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유례없는 '컷오프룰'이라는 것을 정해 현역의원 25%를 탈락시킨다고 공천 직전 선언했다. ▷도덕성에 기준을 둔 인적쇄신 ▷사천(私薦)을 막는 시스템 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동 공천'을 공언했다. 공천이 쇄신의 화룡점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를 위시한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기획공천이 자행되고 한 편의 수준 낮은 공천 드라마를 연출했을 뿐이다. 친박계의 독주와 사천으로 얼룩진 '나쁜 공천'이었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지역의 현역 교체는 이명규(북갑) 배영식(중남구) 등 비박(非박근혜)계와 친박계 중진 박종근 의원(달서갑)에 대한 공천 탈락에 그쳤다. 대신 친박계 비선라인에 의한 검증되지 않은 '인사 내리꽂기'가 시도되면서 친박계 핵심인사 간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칙과 변칙이 난무하는 구태공천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다른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를 지역 연고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또 다른 지역에 재배치하는 '돌려막기'는 대구의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시도됐다.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를 서울 강남을에 옮겨심었다가 공천을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과도한 현역의원 교체와 친박인사 심기에 대해 거부 정서가 확산된 지역 여론은 안중에 없었다. 공천을 주도해 온 친박계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후보 경선 등 '대선용 친위부대 구축'에만 신경을 썼다.
한 친박계 핵심인사는 "대구에서 확실하게 박 위원장을 위한 구도를 짜기로 했다. 이 정도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친박계 소장파를 친이계 의원 자리에 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공천위가 출범하면서부터 공천위 주변에서는 대구는 현역의 70%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구를 인적쇄신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찾으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없었다. 공천심사가 본격화되면서 비선라인을 통해 메모와 쪽지가 마구 난무하면서 공천위 내부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일부 공천위원은 사퇴를 거론했고, 공천 확정 이후 '공천과정 폭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인사들이 갑자기 유력 공천후보로 거론된 것을 두고도 공천위 내부에서 시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에 선을 보인 지 며칠 안 된 인사들이 오래 터를 닦은 후보들을 제치고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는 일도 있었다.
17일 밤 대구지역 공천을 확정한 후 공천위의 한 핵심 인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는 아무나 내세워도 찍어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새누리당의 오만한 인식에 대해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정서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간접적인 의미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는 고백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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