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혈세 새나간 방독면 관리…가정용 보급, 90% 분실

대구 지자체 보급 방독면 10년간 10억 날려…관공서용도 엉망 상당수 \

"그 많던 방독면은 다 어디로 갔나요?"

대구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수억원을 들여 각 가정에 무상으로 보급한 방독면이 대부분 사라지고 지자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독면도 아예 쓸 수 없는 등 방독면 관리가 허점투성이다.

정부는 1998~2007년 방독면 확대보급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민방위대원과 일반 가정에 방독면을 무상으로 보급했다. 이에 맞춰 대구 각 지자체들은 2003년 전후로 민방위대원과 각 가정에 6만여 점의 방독면을 지급했다.

하지만 대구 달서구청이 최근 2개월간 지역 내 민방위대원에게 보급한 방독면 1만4천218점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재 보관하고 있는 방독면은 1천369점(9.6%)에 불과했다. 나머지 1만2천849개(90.4%)는 분실됐거나 민방위대원의 전출, 사망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소재가 파악된 방독면도 불량품이 상당수였다. 남아있는 방독면 1천369점 중 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1천110점에 불과했고, 259점(19%)은 사용이 불가능해 모두 폐기 처분됐다.

관공서가 보관 중인 방독면도 관리가 부실하다. 달서구 각 동 주민센터가 보관 중인 방독면 6천31점 가운데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은 908점(15%)으로 조사됐다.

방독면 한 개당 가격은 평균 2만5천원이고 대구시내 전역에 6만여 점이 보급된 것을 감안 하면 10억원이 넘는 혈세가 공중으로 날아간 셈. 뿐만 아니라 방독면의 사용연한이 5년이어서 현재 보관 중인 방독면도 성능 검사를 통해 1, 2년 내에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방독면을 수령한 민방위대원이 타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분실한 경우에도 전혀 사후 관리가 없었다. 달서구 월성1동의 경우 2003년 민방위대원 213명에게 방독면을 지급했지만 130점이 사라졌다.

방독면 관리도 엉망이다. 방독면은 분기 당 한 차례씩 점검하고 습기를 피해 지상에 보관하거나 지하시설의 경우 환풍이 되는 곳에 보관해야 하지만 동 주민센터는 환풍이 되지 않는 창고에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달서구의회 이귀화 의원은 "2003년 달서구에 보급된 다용도 방독면 2천843점은 불량품으로 판명돼 전량회수 처분을 받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폐기 처분했는지 관련 기록조차 없다"며 "국민 혈세로 마련한 방독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유사시에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무상 보급한 방독면의 소유와 관리는 지급받은 민방위대원이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방독면 보유현황을 분기별로 파악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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