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칼럼] 외로움과 따분함에 대처하는 방식

외로울 때, 혹은 따분하거나 무료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어떤 사람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할 것이다. 또한 쇼핑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외로움과 따분함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며 일상의 무료함과 맞설 것인가?

우리의 하루를 먼저 들여다보자. 생활시간에 관한 행동분류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은 7시간 50분이며, 식사 및 간식 시간은 1시간 45분이다. 평균 3시간 15분 일하고, 1시간 15분을 학습 활동에 투자하며, 1시간 44분을 이동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교제 및 여가활동에 비교적 많은 4시간 42분을 사용하고, 가정관리에는 1시간 27분을 쓴다. 하루 중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은 평균 14시간 48분이다.(2009년 통계청 자료이며 학생 이외의 평균시간 자료를 참고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제외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42분을 차지하는 교제 및 여가활동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법 대부분은 무엇일까?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했듯이 그것은 TV시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일 약 3시간, 공휴일 및 일요일은 약 4시간 정도를 TV 앞에서 보낸다.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활동으로도 TV 및 DVD시청이 가장 많은 시간(36.1%)을 차지했다.(2009년 통계청 자료'15세 이상 인구)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일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2시간 21분(141.2분) 정도이며, 일일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약 2시간(125분)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콘텐츠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인터넷 서핑(40.3%), 게임(27.2%), SNS(12.5%), 이메일(8.3%), 채팅(6.1%) 순으로 나타났다. 그 중 SNS 이용시간은 평균 38분이다. 스마트폰 이용에 인터넷 이용시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80.2%) 이전과 비슷하다거나(53.2%) 이용시간이 늘어났다(27%)라고 생각했으며, 4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인터넷을 과다 사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스마트폰 붐이 일던 2010년 통계청 자료이므로 지금은 아마 훨씬 더 많은 이용시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가 여유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TV를 본다거나,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CNN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하루 34번' 정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인 10명 중 7명 정도가 '노모포비아'(nomophobia)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모포비아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no mobile) 느끼는 불안과 공포증(phobia)'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여기서 다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외로울 때, 또는 따분하거나 무료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보거나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정호승 시인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표현했듯이, 어쩌면 외롭고 따분할 때가 많은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는 피할 수 없이 대면해야할 외로움과 무료함이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외로움과 따분함에 대처하는 방식은 아주 사소하지만, 또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식이 쌓여 습관이 되기도 하고, 생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런 순간순간의 총합일 것이리라. 내가 그 사소한 순간에 무심코 한 게임이 게임 중독을 야기할 수도 있고, 그 순간에 본 TV가 나의 저녁시간을 쓸데없이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 내가 독서를 한다면, 연말이 되면 꽤나 많은 양의 책을 읽을 것이며, 그 시간에 적당한 운동을 한다면 좋은 운동 습관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도 있듯이, '하루 10분의 기적'은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리라.

임헌우/계명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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