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미술관 관장 내정자가 발표됐다. 대구시가 1대 관장을 사실상 경질하다시피하고 자신있게 후임자를 물색, 내정한 터라 '어떤 관장일까' 기대가 컸다. 게다가 해외 굴지의 미술관에서 비중 있는 직책을 맡았던 경력이 있는 내정자가 결정돼 해외로 발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자랑하는 통에 궁금증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는 대구시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처음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국내 미술계를 오랫동안 떠나 있었고 국내에서도 타지역에서 활동한 만큼 쉽게 내정자를 알 수 없어 대구시를 통해 어떤 경력의 소유자일까 확인하려 했지만 결론은 '확인 불가'였다. 다른 부서를 통해 확인한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대구시가 자랑하는 '대구미술관'의 신임 관장을 내정하면서 경력증명서도 받지 않아 보여줄 게 없었던 것이다.
국내 미술관 경력증명서만 달랑 받아들고 있을 뿐, 해외 경력 소유자라며 자랑했던 일본과 중국에서 경력은 미술관장 내정자가 직접 이력서에 적은 경력 표기가 전부였다. 심지어는 현재 모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구두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일주일이 지난 그제서야 내정자에게 경력증명을 요구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의 진수를 보여줬다.
경력 하나 증명해주지 못하는 시를 믿지 못해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 미술 기관 및 단체 관계자 수십 명에게 전화해 확인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의혹을 가지게 됐다. 이에 다시 대구시에 문의했지만 그저 "시의 결정을 믿어 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었다.
한술 더 떠 대구시 한 관계자는 "내정자에 대한 무수한 소문은 익히 알고 있으나 증거가 없다"면서 "취재해 보라"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적당히 하라"며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관장으로 내정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없는 모습을 보며 세간에 떠도는 대구시의 '내정설'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일본 미술관 경력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파견을 보낸 것이므로 광주시청에서 경력증명서를 받았고, 일본 미술관에는 일단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라면서 "광주시립미술관 경력만 해도 이미 미술관장 자격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굳이 외국에서의 경력 증명서를 받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대구미술관은 10년 이상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해 5월 개관했고, 이제 2대 관장의 활약에 따라 대구미술관이 지역에서 안착하느냐, 그리고 국내 미술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내정자가 훌륭한 분일 수도, 세간의 의혹처럼 적합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오롯이 대구시의 검증과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사시스템으로 중요한 자리를 결정하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대구시를 보면서 '희망', '기대'라는 단어가 선뜻 떠오르지 않아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최세정 문화부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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