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경북 의료산업의 돌파구

대구가 메디시티(Medicity)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의료산업 중심도시를 표방한 지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지정되고, 국책기관 유치와 U헬스케어 시범사업 등 적지않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경북대병원 인턴 모집에 역사상 최초로 미달사태가 났다. 지역 환자들의 진료 통계를 보면 수도권 원정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필자는 대구경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교육, 의료 등 지식기반산업이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간 수도권의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지역에 종합병원 인프라가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을 비롯한 이른바 빅5와는 이미 상당한 격차가 있고 그 간격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의료진의 실력이나 경험,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 등 전반적으로 밀린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지역 의료계의 수요를 늘려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국내 수요만으로 한정해서는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의료산업은 준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의료수가'라고 하는 커다란 제약이 있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수요창출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국내환자뿐 아니라, 해외수요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의료산업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의료관광'과 '디지털병원 수출'이 키워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지역의 의료관광이 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독특하고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울과 부산이 아닌 대구로 환자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해외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특정 질환, 또는 기능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해 이른바 빅5나 세계 일류병원 수준으로 빠르게 격상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암과 심혈관 질환으로 특화된 미국의 휴스턴 메디컬 클러스터와 바이오산업을 적극 유치한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 역시 의료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정확히 읽고 선점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패러다임은 의료기술 발달과 함께 첨단 IT 기능이 부가된 의료기기, U-헬스케어 시스템, 환자들의 병원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병원 흐름으로 가고 있다. 또한 SKT와 서울대병원, KT와 연세의료원 등 융합을 통한 시장 창출을 위해 각 기관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지역 전략을 찾아보면, 우선 수도권 병원이나 외국병원들과 조인트로 특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야 한다.

수성의료지구도 줄기세포 관련 재생의학 치료 등으로 특화해서 관련 의료기관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구경북에 있는 의료기관들끼리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로의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해 가면 이른바 Collaborative Economics라는 협력의 시너지가 생긴다. 수도권 빅5들은 이미 임상에 있어 협력모델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의 의료정책도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의료업계를 선도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구시는 2015년까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현재 3천 명 수준에서 2만 명까지, 의료'바이오산업 비중을 현재 6%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늘리는 의욕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미래 신산업으로 인간생명과 관련된 산업에 뛰어들었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는 이미 정해져 있고 아직 누구도 절대 강자는 없다. 빨리 특화분야를 찾아내고, 빨리 액션플랜을 만들고 빨리 실행해야 비로소 작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대구병원협회장의 말을 듣고 외국 보험회사와 연계한 의료관광을 추진해 보고자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에 글로벌 보험회사인 시그마사(Sigma)가 수도권 11개 병원과 MOU를 맺고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리가 한발 앞서 치고 나가지 못했던 점이 매우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들이 합심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치고 나가서 지역의 주력산업, 나아가 대한민국의 신성장산업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병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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