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동 한마음아파트. 소나무가 가득 찬 정원 맞은편에 우뚝 선 5층짜리 이 아파트는 겉모습은 여느 아파트와 다르지 않지만 실상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이곳은 '금남'(禁男)의 집이다. 남자가 이 집에 드나들 수 있는 날은 '이삿날'뿐이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이 아파트는 연소득 1천800만원, 33세 미만의 일하는 미혼 여성들만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도 파격적이다. 큰방과 작은방은 보증금이 각각 5만원과 3만4천원이며 월세도 각각 2만5천원과 1만7천원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100가구에 사는 200명의 여성들은 최근 치솟는 집값에다 비싼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바깥 사람들의 고충과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는 임수향(27'여) 씨는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임 씨는 2년 전 대구로 직장을 옮기면서 인근에 집을 찾아봤지만 수백만원 하는 보증금과 최소 30만원인 월세 때문에 크게 낙담했다. "원룸을 구한다고 해도 냉장고부터 세탁기까지 이것저것 다 사야 하고, 아무리 아껴도 방세와 세금으로 40만원 정도 나가잖아요. 저한테는 너무 큰 부담이었어요." 그러던 중 같은 회사 동료에게 한마음아파트 이야기를 듣게 됐고 1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임 씨는 "이 정도 시설에 월세 2만5천원이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만약 이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면 비싼 방값을 대면서 저축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입주한 엄민지(가명, 23'여) 씨도 대만족이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엄 씨는 대구에 있는 미용학원에 취업하면서 방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도심에서 전'월세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한마음아파트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엄 씨는 "매달 방세와 수도요금, 계단 청소비 등을 다해도 5만원이면 된다. 또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많아 마음이 불안한데 경비 아저씨 3명이 교대로 아파트를 지켜 더 안심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1985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공사도 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6월 말엔 60명을 더 입주시킬 수 있다. 또 입주자격도 완화시켰다. 지금까지는 4대보험 가입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만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구청에 일용근로소득자로 신고된 기관에서 일하면 입주할 수 있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대구종합복지회관 이미경(43) 담당자는 "앞으로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면 양철로 된 베란다 새시를 이중문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요즘처럼 월세 부담이 높은 시대에 우리 아파트가 젊은 여성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