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

지난주에는 필자의 영화가 개봉 중인 관계로 부산과 대구의 극장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다. 관객과의 대화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관객과 연출자, 배우 등이 나누는 자리로 무척 소중한 기회이다. 이곳에서는 역동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날 선 질문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비판들, 영화에 대한 칭찬이 혼재된 다양한 대화의 장인 것이다.

관객의 질문에 대응하는 연출자들의 모습도 제각각인데 비교적 솔직하게 영화를 설명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전 관객과의 대화에서 새로이 떠오른 영화의 의미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여 원래부터 영화 안에 내재한 이야기인 양 말하는 감독들도 있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어딘가에 있듯이 관객과의 대화에 반응하는 감독의 모습도 정직과 위선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는 영화 안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함에도 관객들은 감독과의 대화 후에 영화에 대한 이해의 방향을 수정하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지지가 철회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영 내내 한숨을 내쉬던 관객들이 감독이나 영화의 지지자로 돌아서기도 하는 예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영화 자체가 감독의 인격이 되어버리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 관객들은 영화가 본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감독을 경멸하고 그 반대라면 감독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것은 실제로 연출자가 가진 인성이나 삶의 가치관과는 사실상 무관한 부분인데도 말이다. 그러므로 관객과의 대화 자체는 사실상 영화의 제작진이 관객들에게 자신을 마지막으로 변호할 기회를 가지는 장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국도앤가람예술관'의 일정을 마치고 고향인 대구로 올라와 '동성아트홀'에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는 필자의 마음은 사실 조금 무거웠다. 가장 대구 자체나 대구의 정서를 잘 반영하는 영화 여러 편을 만들었으면서도 늘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에서 저조한 흥행을 하기도 했었고 관객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상영관에서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받다가 대구만 오면 늘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야속한 마음이 컸다. 그 기억은 고향에서 청춘을 보내며 영화를 만들고 대구 영상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별다른 협조를 받지 못했던 시절의 상념들과 겹쳐져 마음속에 상처로 자리 잡았다. 잘할 수 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그래서 본격적인 영화도 다른 곳에서 하게 되고 직장마저도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 2012년 3월의 극장 앞 거리로 들어선 필자의 마음이 그랬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은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친구들과 즐거운 모임을 해도 되고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보내도 모자랄 토요일 저녁 많은 관객이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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