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깡충깡충

놀이터 나무 벤치에 앉아있노라니

참새 몇 마리 푸르르 날아와

함께 놀자 한다

너무 좋아서

깡충깡충 뛰며 기뻐하는 것을

작약(雀躍)이라 했던가

내 살면서 그런 적 있던가

뒤에 숨기를 좋아했고

늘 시무룩했다

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딱 한 번이라도

참새처럼 뛰고 싶어라

무진장한 시간 거의 소진해 놓고

이제 동동거린들

무슨 수로 그 기쁨 만날까

간결한 언어로 삶의 의미를 전하는 임강빈 시인의 시입니다. 팔순이 넘은 시인께서 '작약'이라는 말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계시네요. 평소에 우리가 별 뜻 없이 사용하는 작약(雀躍)이란 말, '참새처럼 뛴다'는 말이 처음 듣는 듯 새롭습니다.

너무 좋아서 참새처럼 깡충깡충 뛰는 기쁨이 우리 삶 어느 한 편에 있었을까요. 텔레비전 축구 중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때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우리 삶은 스포츠가 아니라서 한 번에 승부가 나지 않으니 환호작약할 일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렇게 통통 뛰며 삶을 경쾌하게 부리는 참새 몇 마리가 부러운 것이겠지요. 비록 시간이 방앗간 마당의 참새처럼 많다고 해도 말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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