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퍼트린 것 아닌데…" 생사람 잡는 SNS

괴담나온 전화 번호 주인 "수백통 폭주 생활 마비"

21일 오전 대구 달서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에 30대의 한 남자가 찾아왔다.

대구에서 산다고 밝힌 A씨는 이날 오전에만 자신의 휴대전화에 수백 통의 전화가 폭주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쓰고 있는 번호는 '010-4878-40XX'.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등을 통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2만5천원이 차감된다'는 보이스피싱 괴담에 나온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었다.

A씨는 "내 번호로 발신되는 전화를 받으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실체 없는 괴담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 셈이다.

A씨의 억울한 심정을 들은 경찰은 피해구제 방법을 검토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이 남성의 사업을 방해할 의도로 고의로 소문을 냈거나 발신번호를 조작해 전화를 했다면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경찰은 또 A씨의 이름이나 신원이 아닌 전화번호만 떠돌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소문이 전파될 경우 접속 정보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메시지도 1주일간만 보관하기 때문에 최초 유포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게 "고의로 사업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라"며 "온라인상에 퍼지는 소문은 수습하기 힘드니 번호를 바꾸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고는 되돌려보냈다. A씨는 결국 이날 오후 쓰던 전화번호를 다른 번호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