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교회와 모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나라의 가장 기이한 야경(夜景)이 현란한 네온사인의 수많은 교회 십자가와 모텔 간판이라고 한다. 도시의 건물 위를 열병하듯 서 있는 숱한 십자가와 곳곳에 내걸린 모텔 간판이 외국인들의 눈에 묘한 뉘앙스를 풍길 만하다.

많고 많은 교회와 모텔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기현상(奇現象)을 그들은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교회가 늘어나면 모텔이 줄어들고, 모텔이 늘어나면 교회가 줄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일 것 같은데,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교회와 모텔의 증가 비율은 사회적 불안의 심화 속도와 맞물려 있다"며 "교회는 관념적 정신세계로의 도피처를 제공하고, 모텔은 물질적 관능세계로의 탈출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내세 도피주의와 말초적 쾌락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현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듯이 사생활에도 자유가 있겠지만, 수많은 모텔 건립을 용인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 아닌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핑계로 모텔의 난립을 방조해 온 공권력도 도덕적인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규정이 없는데도 관행적으로 면세 혜택을 부여해 온 것 또한 잘못된 처사가 아닐까. 목회와 종교 활동의 특수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의 관점에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바람직한 일이다. 종교인도 국민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어야 종교의 자유도 보장되는 것이다.

천주교 사제들은 이미 18년 전부터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교회발전연구원이 목사들의 자발적인 납세를 공론화하고 나서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세(聖殿稅)를 내는 장면을 담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도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마사치오가 피렌체의 한 예배당에 그린 벽화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베드로로 하여금 로마의 세리(稅吏)에게 세금을 내도록 한 광경이 나온다.

예수는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지상의 법을 따라야 한다'며 세금을 냈다고 하는데, 그 일화가 마태복음에 기록되어 있다. 늘어나는 교회만큼 사회가 건강해지고 세수에도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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