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연(32)을 향한 시선이 차가웠을지 모른다. 겉으로 풍기는 외모가 도도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생각을 했다면 그를 오해한 것이라고 항변해 줄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김소연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기본이고, 꾸벅하고 90도로 먼저 인사하고 다닌다. 예의범절의 표본이다. 어디를 가든 칭찬 일색이고 그를 싫어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소연은 "부모님이 엄격하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인사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며 "5세 때쯤 동네에서 아는 분들을 10번 마주치면 10번 다 인사를 했다. 너무 인사하고 다니니 날 피해서 다른 길로 돌아다닌 분도 계셨다고 들었다"고 웃었다.
그가 밝고 귀엽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아니, 이런 기분 좋은 습관을 가졌다니!'라는 평가를 해도 인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는 "물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욱하고 까칠한 모습도 있다. 뭔가가 어질러져 있거나 하면 내 안에 있는 다른 성격이 나올 때도 있다"고 덧붙이며 또 웃는다.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로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소연은 작품을 향한 기대감이 큰 듯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촬영한 '체인지'(1997) 이후 오랜만이라서인지 '나 행복해요'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극중 고종(박희순) 황제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를 연기했다. 고종을 독살하라는 음모에 휩싸이며 사랑과 고뇌에 가득 찬 캐릭터다. 특히 아버지를 죽게 만든 고종을 향해 증오하는 마음에서 연민과 존경으로 변하는 감정 연기가 탁월하다. 절제의 미를 살려냈다. 일리치(주진모)와 고종, 따냐의 미묘한 3각 관계도 볼거리다.
그는 100% 만족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연기를 보고 냉정했던 가족들이 인정을 해줘 기쁜 마음이다. "막대기 같다"며 어색함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던 가족들이었는데, '가비' 속 따냐를 보고는 호평했단다.
김소연은 따냐를 연기하며 특히 "감정 연기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눈빛으로 얘기해야 했다. 절제라는 단어가 생각나게 해야 하는데, '빼기 연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가비'에서 자기가 맡은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는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방송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배우라면 출연하길 꺼려할 수 있는 코너 '꺾기도'에 자청했다.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몸 개그를 한껏 선보였다. 녹화 전 대기실은 물론, 집과 현장에서 늘 연습을 했다. 그 결과, '꺾기도'에 녹아들어 말 그대로 '빵빵' 터트렸다.
"비록 제가 예능 프로그램을 몇 개 안 했지만 좋은 점이 많더라고요. 여성 팬이 없었는데 여성 팬도 생겼고, 근래 처음으로 귀엽다는 말도 들었어요. 제게는 친근감 가는 연예인이라는 단어는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예능으로 갭을 좀 줄인 것 같아서 좋아요."(웃음)
예전에는 여배우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비주의'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연기에 방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에 나가보니 방송 후에 먼저 말을 걸어주는 분도 있고, 고마운 일들도 많이 생겼다. 물론 안 좋은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김소연은 예전에는 그 안 좋은 소수의 의견에 좌지우지 됐었다고 했다. 용기를 내볼까 하다가도 사람들의 말에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소수의 의견도 있지만 저를 좋아하시는 다른 많은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생각을 바꿨죠. 지난 세월이 정말 바보 같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 강박증에 갇혀 있었기도 했고요. '개그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안무 짜느라 밤을 꼴딱 샜는데 제 스스로에게 선물이 된 것 같아요."(웃음)
잠시 자신을 찾는 이가 없었을 때 "내 운이 이게 끝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우연찮게 기회가 다시 또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가을 소나기' 이후 3년의 공백 끝에 '식객'이 찾아왔다. 2007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드레스로 인해 다시 그의 존재를 부각시킨 게 도움이 됐다. 이어 '아이리스''검사 프린세스''닥터 챔프', 영화 '가비'까지 행운이 와줬다고 표현한 그는 "다른 일에는 소질이 없다"며 "연기를 하나하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지금 온 기회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소연은 '가비'에서 다시 또 의상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헤미안 느낌으로 초반을,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 라인이 강조된 하이웨스트 스커트로 중반을, 전통 궁녀복으로 후반을 소화하며 3색의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그는 특히 공사관에서 처음 촬영할 때 입은 옷을 달라고 부탁해 집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 영화가 연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너무 고마운 영화이고, 공사관에서의 첫 촬영에서 따냐라는 인물에 가장 잘 몰입했기 때문"이다. "'가비'라는 영화가 제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훗날 제 자식에게 이 영화에서 입었던 옷을 입고 커피를 내려주고 싶네요."(웃음)
김소연은 "'가비'를 통해 영화의 매력도 엄청나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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