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68)] 한국 인디음악의 이정표-언니네 이발관(상)

대중에게 인디문화의 또 다른 모습 보여줘

한국에 인디음악이 시작된 시점은 대체로 1994년으로 본다. 펑크 클럽 '드럭'이 문을 열고 이듬해 계간지 '오늘예감'에서 인디음악 담론을 다루면서 출발한 한국 인디씬은 1996년 '크라잉 넛'과 '옐로우 키친'이 참여한 앨범 'Our Nation'과 베드 테이스트의 1집 'One Man Band: Bad Taste'가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후 인디음악은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번지면서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안을 제시했고 지금은 산업적인 효과까지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인디음악이 처음 대중들에게 소개될 때만 해도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실험이나 주류 무대를 향한 중간 단계 정도로 인식되었다. 특히 펑크 밴드들이 흐름을 주도하면서 특정 장르나 문화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중과 미디어에 인디음악 또는 인디문화의 또 다른 모습을 알린 팀이 모던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다.

언니네 이발관은 1995년 2월 결성된 밴드다.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이석원은 1994년 당시 음악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해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이 거짓말을 계기로 밴드가 결성된다.

홍대 클럽에서 몇 번의 인상적인 라이브 무대를 가진 후 1996년 공개한 데뷔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는 밴드의 데뷔 앨범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라는 말을 들으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는다. '산울림'의 데뷔 앨범에서 들었던 신선함을 '언니네 이발관'을 통해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방송되기 시작했고 인디음악이라면 펑크 일색인 줄 알았던 미디어도 '언니네 이발관'과 한국 인디씬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었지만 인디씬에 대한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 했다.

데뷔 앨범이 주목을 받자 음악적 욕심을 채운 2집 앨범 '후일담'을 1998년 공개한다. 음악적인 변화와 멤버까지 변화를 준 공을 들인 앨범이었지만 대중과 평단은 2집 앨범의 변화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고 외면하게 된다. 앨범이 외면을 받자 낙심한 '언니네 이발관'은 음악계를 떠나게 되었고 '가장 보통의 존재'(5집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로 살게 된다.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2년차 징크스, 즉 성공적인 첫 작품이나 활동에 비해 그에 이은 작품 및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를 제대로 경험한 '후일담'은 앨범의 완성도 면에서 1집보다 우위에 있다. 뒤늦기는 했지만 평단이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68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재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후일담'은 한국에서 음악 하기의 어려움을 알려준 앨범이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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