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라마'라는 용어는 '행동하다'라는 뜻의 동사인 그리스어 'dran'과 '결과'를 뜻하는 명사 어미 'ma'의 합성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즉 드라마는 행동한 결과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라고 하면 텔레비전 드라마를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수많은 드라마 중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드라마는 다양하게 번역 혹은 해석이 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드라마의 의미는 '연극' 혹은 '희곡'이라 할 수 있겠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극'(劇)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드라마는 극으로 번역되는 극문학인 것이다.
드라마라는 말이 연극으로 해석되기도 하겠지만 '연극'(演劇)을 지칭할 때는 '플레이'(play) 또는 '시어터'(theatre)라고 하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 이는 연극이나 플레이란 말에 '놀이'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드라마라는 용어보다는 연극의 의미를 더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어터라는 말도 '보다'라는 뜻의 동사인 그리스어 'thea'와 수단이나 장소를 지칭하는 명사형 어미 'tron'의 합성어에서 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니 단순히 텔레비전 드라마를 드라마라고 부르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극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극(劇)이라고 번역되는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극적'이라고 표현하는 말의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영어로는 '드라마틱'(dramatic)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극적이다'는 말의 뜻은 어원을 따져서 보면 '행동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 자극적인 것, 혹은 평범하지 않은, 무엇인가 반전을 보여주는 놀라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극적이다' 혹은 '드라마틱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들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운동경기다. 한'일전 축구가 펼쳐지는 긴박한 상황, 지고 있던 한국이 후반전 추가시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승리하는 모습을 그려보자. 사람들은 정말 극적인 승부,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졌다며 환호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이 말하는 '극적이다'는 표현이야말로 극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극의 특징은 우리들의 일상이나 세상의 평범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가장 극적인 어느 순간, 평범하지 않고 기대의 반전을 보여주는 지극히 자극적인 한순간에 집중한다. 그런 점에서 극은 소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이야기 즉 서사구조를 지닌 문학이지만 극은 소설과 달리 강렬한 한순간에 더 집중하고 그 자극적인 순간, 즉 극적인 순간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에서는 '갈등'이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갈등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때 극이라고 하는 드라마는 끝이 나게 된다.
갈등은 주인공이 어떤 장애물이나 방해물을 만나 충돌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나 법 등의 제도일 수도 있고, 주인공 안에 있는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겪는 갈등이 처음에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점차 커지다가 결국 크게 충돌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우리는 흔히 '절정'이라는 '클라이맥스'라고 부른다.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정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당연히 드라마는 결말을 맺게 된다. 클라이맥스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갈등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주인공이 절정에서 만난 가장 큰 장애물 혹은 방해물을 부수고 이겨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박살 나며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사람들은 드라마를 해피엔딩과 비극으로 구분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주인공이 이기고 지는 결과가 아니다. 주인공이 겪게 되는 최고의 극적 상황을 사람들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드라마가 지니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며 드라마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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